외환 보유고가 바닥나 국가경제가 파산 위기에 몰려 있는 터에 요금을 올려 주지 않으면 전면파업을 결행하겠다는 버스 업계의 으름장을 들어야 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어떻게 시민들의 교통을 맡고 있는 단체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식의 「투쟁」을 선언하고 나올 수 있는지 정말 의아스럽다.전국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23일 서울 방배동 버스회관에서 비상대책회의라는 모임을 열어 25일까지 요금인상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26일부터 운행을 전면 중지하기로 결의했다. 인상폭도 시내버스는 430원에서 580원으로 34.8%, 좌석버스는 850원에서 1,250원으로 47%나 된다.
요금의 인상요인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경유값 폭등으로 인한 인상요인을 중앙정부와 지자체들도 모두 인정, 공개적으로 인상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3일 관련 조례 개정안을 공포하고 내년 1월중 10% 정도 올려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천직할시도 내년 1월중에 올려 주기로 했다. 중앙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다만 교통세 인상안을 내용으로 한 관련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고, 연내로 예정된 이 법안의 처리결과를 보고 인상안을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업계는 며칠을 못 참겠다고 실력행사만을 고집하는 것이다.
인상시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내버스는 요금을 올린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일부 시내버스 회사 경영주들이 수백억원의 수입금을 빼돌리고, 관련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요금을 올려 준 버스업계 비리가 터진지 6개월만의 일이어서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던 기억이 새롭다.
요구 인상폭이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동안 경유값이 ℓ당 322원이나 올라 적자요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47%나 올려 달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무리한 요구다. 국민경제는 어찌 되든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보기에는 협상과정에서 깎일 것을 예상한 거품이 들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해에 두 차례나 인상을 요구하는 일도 전례 없는 일이다.
더욱 불쾌한 것은 인상요구를 거부하면 버스사업 면허를 반납하겠다는 위협이 체질화했다는 것이다. 83개 서울시내 버스회사를 필두로 전국 시내버스 업체의 48%가 지금 관할 지자체와 조합에 면허를 반납해 놓고 있다. 지난번 인상투쟁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으나 실제로 반납신청서를 접수시킨 업체는 없었다.
버스사업은 분명 영리사업이지만 전국민의 발 노릇을 하는 사업이므로 공익사업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다른 물가에의 영향력이 무엇보다 강하다. 어려울 때 함께 참고 견디는 공동체 의식과 참여의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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