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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부도사태 정부개입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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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부도사태 정부개입 말라”

입력
199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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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스템 왜곡 더 큰 부실 초래/금융조치도 미흡 신뢰회복 안돼”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2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를 하향조정하면서 『한국 정부당국이 최근 취한 금융부문 지원정책이 스스로의 대외신용을 위험에 빠뜨렸을뿐 아니라 IMF 구제프로그램의 방향과도 합치되지 않는 때문』이라고 조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금융기관들의 대외차입을 주선하기위해 협상에 개입하고 정부가 상환을 보증하는 한국 정부당국의 조치는 금융부문에 있어 한국의 국제적 신뢰도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대 기관의 이같은 평가는 한국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불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들의 메시지는 단적으로 말해 정부가 자꾸 나서지 말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또 대체로 한국이 아직 단기외채 극복방안에 대한 설득력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바라는 구조조정의 진척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 생산성 저하로 인한 부도는 기업 스스로 정리되도록 해야 구조조정이 촉진돼 경제체질이 강화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개입은 경제시스템의 왜곡을 초래, 더 큰 부실만을 부른다고 지적한다. 또한 외국금융기관의 진출은 자금의 흐름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선진 금융기법의 전수 등으로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즉 하루빨리 시장원리가 지배하도록 경제가 개방돼야 함에도 한국의 조치는 아직 미흡하기 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94년 멕시코가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은 국민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계획에 따른 어려움을 이해하고 고통을 참아 넘겼기 때문에 가능한데 노조 풍토가 강한 한국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한다.

이에 대해 국내금융 관계자들의 반응은 일단 의아함이다. 우리가 나름대로 IMF와의 합의 사항을 실행하고 새 정권인수팀이 발빠르게 경제 문제에 대처해 나가는데 무엇이 부족하며 더 필요한 조치인지 납득이 잘 안간다는 표정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

◎돈줄 쥔 월가는 성탄 휴가중/이사회 소집 등 신정이후 가능

외환자금 경색에는 「잘못된 때」도 한몫하고 있다. 즉 자금줄을 쥔 뉴욕 윌 스트리트 금융계가 거의 성탄 휴가에 들어가 돈이 잘 돌지 않기 때문이다. 런던 파리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금융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11월로 대부분 회계결산을 마친 월 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은 지금 휴한기이다. 특히 올해 수익이 1백20억달러로 사상 최고의 해를 맞은 월 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역시 사상 최고액인 보너스를 챙김에 따라 어느 때보다도 길고 풍족한 「피한여행」에 들어가 있다.

물론 금융계 전체가 휴업중은 아니다. 뉴욕 증시도 정상적으로 열리고 돈 거래도 활발하다. 단지 정족수 구성이 안돼 의사 결정이 필요한 대규모 자금의 흐름은 중단된 상태이다.

신용등급이 정상일 때는 한 투자사의 한국 담당자가 개인 판단에 따라 일정액의 투자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나 신용이 하락하게 되면 상급자의 결제가 필요해진다. 신용등급이 한단계 떨어지면 차상급자 결제 라인도 하나씩 늘어난다. 신용등급이 「요주의(Less Vulnerable)」로 떨어지면 투자결정은 이사회 결정사항이 된다. 제임스 루빈 미 재무장관의 입김 정도가 아니면 거래는 꿈도 못꿀 일이다.

우리는 「부적격(More Vulnerable)」등급에까지 하락해 있다. 그나마 이사회 소집마저 힘든 형편이다. 이들이 휴가에서 돌아와 신정을 맞는 연말 이후에나 자금 사정이 완화될 것이라는 추정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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