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예술가 미켈란젤로 ‘해부’/예술작품밖에 몰랐던 인생역정 통해 인간해방 추구한 르네상스 정신도 전달『(로마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 그는 정문을 통해 들어가 강한 로마의 햇살을 받으며 넓은 회중석을 걸어서 성베드로의 무덤 위 돔 중앙 아래 섰다. 그는 영혼이 육체를 떠나 떠올라 돔의, 공간의, 시간의, 천국의 그리고 하느님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느꼈다』(하권 980쪽). 어빙 스톤이 쓴 소설 「르네상스인 미켈란젤로」는 1564년 90세로 천재의 삶을 마감하는 미켈란젤로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함께 르네상스시대 최고의 거인. 그는 짧지 않은 인생을 오로지 한길, 예술에 헌신했다. 조각에서 회화 건축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에서 한 사람이 이룩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피렌체성당의 「다비드」상,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성당의 프레스코 천장벽화 「최후의 심판」, 성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상 등. 천재성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예술을 하찮은 인생사에 굴종시키거나 그저 살아가는 방편으로 격하시키는 것을 단호히 거부했기 때문에 이같은 업적이 가능했다.
예술작품 밖에 모르는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 노상 걸어다녔는데 마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지나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보면 『돈잘버는 영감이 지나가는군』하며 항시 비웃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말년에 당시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지시로 시스티나성당 천장벽화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 방대한 「천지창조」를 구상, 오히려 작품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후 7년동안 목이 휘어질 정도로 작품에 몰두한다. 심지어 그는 사람몸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당시에는 불법인 시체해부를 감행하기도 했다. 신이 창조한 인체를 있는 그대로 재창조하는 것이 예술가의 본분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원제는 「고뇌와 환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로 『살아 있는 고흐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은 스톤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수년간 이탈리아의 피렌체, 로마, 카라라, 볼로냐 등에 살면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했다.
이 작품은 상·중·하 3권에 원고지 5,000장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에 걸맞게 미켈란젤로라는 주인공을 다양한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그를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예술적 배경은 풍부하면서도 세밀하기 이를 데 없는 모자이크처럼 이 예술가의 일거수 일투족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다 빈치, 라파엘로, 메디치, 율리우스 2세, 샤를 8세 등 당대의 대표적인 예술가와 정치가들도 등장, 현실감을 더한다. 소설은 미켈란젤로의 인생역정을 그려가면서 인간해방을 추구한 르네상스의 시대정신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전문번역가 성 로씨가 옮겼다. 까치 발행, 각권 7,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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