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당선자 진영의 행정개편방향이 베일이 걷히면서 개편대상 부처들은 기대와 불안이 엇갈리며 술렁이고 있다.◎안기부·재경원악연·경제파탄 책임 “대수술 각오”/내무부·공보처폐지·축소 수용속 고유영역 주장/정통부·과기처위상 격상은 환영 통합에는 반대
○…안기부는 김당선자와의 과거 여러가지 악연 탓인지 어느 부처보다 긴장의 강도가 높아 보인다. 특히 선거기간에 불거진 월북 인사 오익제씨 편지 공개, 한나라당 정재문 의원의 중국 베이징(북경) 북한 인사 접촉등으로 그동안 불편했던 관계가 더욱 악화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에도 상당한 개편 홍역을 치렀던 안기부는 정권교체의 와중에서 또 한번 엄청난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인식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권 출범 초기 안기부를 극도로 불신했던 현 정권이 결국 안기부에 적지 않게 의존했던 점을 들어 예상보다는 개편 범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한국적 정치상황에서 무조건 안기부의 기능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새 정부도 알게 될 것이란 추측에서다.<손태규 기자>손태규>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등 경제부처는 가장 민감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정권교체가 경제파탄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대적 수술을 각오,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김당선자가 ▲경제파탄규명 청문회 ▲정부기구 축소 ▲편중인사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점을 상기하며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태풍이 닥쳐올 것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규모 인원감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공무원도 일자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슈퍼부처로 일컬어지고 있는 재정경제원은 예산편성기능(예산실)이 총리실로, 금융정책기능(금융정책실)의 핵심이 신설될 금융감독위원회로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지자 사실상 「무장해제」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경원 관계자들은 『재경원은 경제파탄의 1차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두들 재경원의 해체를 기정사실화하며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하나의 거대부처 건설교통부도 행정상의 비효율에 최대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사업 실패를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하기는 마찬가지다.<유승호 기자>유승호>
○…통일 외교부처인 통일원과 외무부에서는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부처의 통합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 견해가 우세한 분위기이다.
한 통일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통일원 조직강화 방안을 준비중』이라며 『통일업무는 대통령이 직속기관을 두고 직접 관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에서 현재 통일원의 권한은 청와대 내에 새 기구를 둬서 재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부처로부터 정보를 「얻어 쓰는」입장이었는데 실질적인 조직강화가 가능하겠느냐』며 『통일원이 부총리부서라는 것 자체가 거품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외무부 관계자는 『그동안 두 부서가 손발이 잘 맞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업무상 서로의 고유영역이 있는 만큼 무리한 통합은 기존 조직에 훼손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공보처는 부처폐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보처 내부에서도 조직개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담담히 밝혔다.
공보처가 예상하는 개편방안은 부처폐지를 전제로 문화체육부와 「합병」되는 방안과 각 기능별로 해당부처에 흡수되는 방안등 두갈래이다. 6공당시 문화공보부가 문화체육부와 공보처로 분리됐 듯 이번 개편에서 공보처 대부분의 기능을 문화체육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첫째 방안이며 공보처내부에서 내심 바라는 방안이다.
관계자들은 『공보처 직원 규모가 400여명에 불과하고 새정부에서도 공보처 기능이 필요한 업무영역인 만큼 부처폐지후에도 직원들의 업무연속성은 유지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영섭 기자>이영섭>
○…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 부문의 위상강화라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다른 부처와의 통합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정보통신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선도 산업』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경우 경제난국 타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부처를 통합한다면 선도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도 공급자위주에서 수요자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과학기술처는 위상의 격상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과학부총리를 신설할 경우 부처별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연구개발계획의 일원화로 정책수행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처의 무분별한 통폐합으로 산업기술에 비해 순수과학 분야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선년규 기자>선년규>
○…내무부는 지방자치처로의 축소를 불가피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김당선자등 국민회의 정책라인의 의중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내무부는 지자제 관련 업무는 물론 국가행정의 근간이 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우회적인 말로 「희망사항」을 표명했다. 예를 들어 지적관리는 국토의 효율적 관리는 물론 종합토지세 등록세 취득세 등 각종 지방세수업무와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또 주민등록번호 부여 등 주민관리업무도 다른 부처로 이관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고유영역을 주장했다.
경찰은 김당선자의 지방자치경찰제 시행 「선언」을 놓고 긴장과 우려가 높았다. 간부들은 일단 남북분단상황, 지휘계통의 혼선, 지자체의 낮은 재정자립도 등을 거론하며 전격적인 도입에 회의를 표시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자치경찰제도로 경감이하 경찰공무원이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간부에 대한 경찰청의 인사권이 줄어들 것을 싫어하는 눈치다.<황상진·이동국 기자>황상진·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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