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무대장치·소품/무용가들 기량도 탁월예술의전당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로 4년째 「호두까기인형」(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을 공연하고 있다. 최고 수준을 고집하는 극장과 발레단의 지속적 만남이 선택하는 극장과 선택받는 무용단이라는 전문적인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 무용사상 처음인 극장과 무용단의 이러한 접촉은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에 상징적 의미와 신뢰를 더한다.
호두까기인형은 언제부턴가 어린이를 위해 어른이 선심쓰는 행사용 발레공연의 대표작이 됐고 공연장이 다소 소란스러운 것이 오히려 당연한 축제의 풍경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런 들뜬 분위기는 발레단 내부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올해는 주역만 다섯쌍이 선정돼 교체 출연하는 화려함을 보였고 2막의 과자나라 장면 무대장치를 1막과 균형있게 치장하고 마지막에 하늘을 나는 눈썰매를 선보이는 등 완벽한 제작과 공연에 의욕을 보였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재산은 재능넘치는 무용가들이다. 하지만 호두까기인형에서만큼은 무대장치나 소품이 제공하는 환상적 측면의 탁월한 효과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드로셀마이어라는 아저씨의 마술에 따라 주인공 소녀 클라라가 눈의 나라에서 눈송이를 보다가 과자나라에서 요정을 만나고 맛있는 과자를 대접받는다는 내용을 실감나게 보여주려면 그만큼 근사한 무대막이 내려와야 한다. 클라라가 사슴이 끄는 눈썰매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나 병정들이 대포를 쏘는 모습, 기차가 움직이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산만큼 커진다는 동화적인 광경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것은 대부분 소품에서 담당할 부분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을 보면서는 어른들도 거대한 무대장치의 규모나 세밀한 치장에 감탄하게 되는데 엉성한 가짜그림을 그냥 봐줘가며 지내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이런 무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동화같은 배경 안에서 눈의 여왕과 눈송이들이 왈츠를 추거나 설탕요정이 호두까기왕자와 춤을 추는데 그 기교마저 탁월하니 관객도 잠시 꿈을 꾼 느낌이다. 박선희와 박재홍 커플이 보이는 그랑 파드되를 비롯, 전은선과 드라고스 미할차 커플의 눈의 나라 2인무에서 보게 되는 고전발레의 정제된 기교와 과자들이 보이는 다양한 춤인 캐릭터댄스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86년 이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예술감독만 하더라도 에드리언 델라스, 로이 토비아스, 브루스 스타이블까지 3대를 거쳤으니 문훈숙 단장이 강조하듯 「열두살의 의젓함」을 환호하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문애령 무용평론가>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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