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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절박/외채연장 막히고 보유고 고갈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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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절박/외채연장 막히고 보유고 고갈상태

입력
1997.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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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도 또 낮춰 “밑바닥”/미 무디스사/“대출연장” 이 한은총재 오늘 긴급방일대통령선거를 고비로 국가부도 위기를 넘길 것이라는 국내적 기대와는 달리 우리나라 외환위기는 현재 매우 절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금융기관들의 외채만기연장이 봉쇄되고 외환보유고가 사실상 고갈된 가운데 뉴욕 월스트리트 등 국제금융가에선 한국에 대한 「대외지급유예(모라토리엄·Moratorium)불가피론」마저 대두되고 있어 획기적 상황반전이 없는 한 연내 혹은 내년초라도 국가부도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관련기사 3면>

22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무디스(Moody,s)사는 이날 한국의 대외신용등급(장기)을 종전 「Baa2」에서 「Ba1」으로 2단계 하향조정했다. 국가신용도를 적용받는 국책은행의 신용등급도 함께 하락했으며 20개 은행과 9개기업의 신용등급도 그 이하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제금융가에서 Ba1이하 등급을 받은 국가나 금융기관, 기업의 채권은 「정크본드(위험채권, 투기채권)」취급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 및 국내금융기관들은 앞으로 해외에서 돈빌리기가 원천적으로 어려워지게 됐고 정부가 추진중인 1백억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채권발행계획도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국제금융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무디스의 평가는 대선후 국제금융가의 한국에 대한 최초의 반응』이라며 『대선이 끝나면 외환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정부와 국내 금융계의 막연한 기대감이 완전히 빗나갔으며 현재 국제금융가에서는 한국의 모라토리엄설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환수급사정은 지난주초 이후 급속히 악화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단기부채 상환규모가 1백억달러에 달해 지금으로서는 상황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금융기관 달러부족자금을 최종적으로 지원해주던 외환당국도 외환보유고가 사실상 고갈됨에 따라 금주부터는 「전액지원불가」방침을 금융권에 통보했고 지원시 국제금리(리보)에 더해지는 가산금리도 4%포인트에서 8∼9%포인트 수준으로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국내금융기관의 외화부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편 이경식 한은 총재는 최대차입선인 일본금융기관들의 대출만기연장을 유도하기 위해 23일 일본을 긴급 방문, 일본중앙은행총재 및 주요도시은행장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금융계는 초읽기에 들어간 국가부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해외투자자들의 대한인식전환을 위한 새 대통령당선자와 정부차원의 강도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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