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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 의원 무거운 의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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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 의원 무거운 의총

입력
1997.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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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내년 버틸 수 있을지…” 불안감대선패배후 처음으로 22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 분위기는 시종 무거웠다. 의원들은 지난달 21일 통합전당대회후 한달여만에 한 자리에 모였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악수를 했을 뿐이고, 회의가 진행된 1시간 내내 장내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 침묵이 흘렀다.

의원들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서울출신의 한 초선의원은 『DJP연대의 집권으로 수도권에서 야당은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중부권의 한 중진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당이 온전해야 할텐데 당장 내년 1월부터 사단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며 당의 진로를 우려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한 때문인지 인사말을 한 이회창 명예총재, 조순 총재, 이한동 대표는 당의 결속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명예총재는 『여러분이 어려운 상황속에 전력을 다했으나 나의 부족으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운을 뗀 뒤 『조총재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 거대야당의 위상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계파갈등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당에 대한 1,000만표의 지지는 미움과 비난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총재는 『계파정치와 이합집산을 계속한다면 자멸하고 말 것』이라며 『내년 3월 전당대회까지 구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화학적 결합을 이뤄 대동단결하자』고 역설했다. 조총재는 이어 『만에 하나 집권여당이 공작과 회유로 우리당 의원을 빼가려는 시도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해 뒤바뀐 여야관계를 실감케 했다. 이대표도 『단합속에 체제를 정비,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의 당당함을 보여주자』고 독려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들 3인은 지도체제개편과 향후 당내입지를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명예총재는 『DJ표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표였다면 우리의 1,000만표는 깨끗한 정치와 정치의 질적 변화를 바라는 기대가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자신의 「국민적 위상」을 강조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조총재는 『총재의 직함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총재 위신을 살려주고 힘을 실어달라』며 주도권행사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반면 이대표는 『우리당은 1, 2명에 의해 움직이는 당이 아니다』『먼저 과거를 자성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표현으로 이명예총재와 조총재를 은근히 견제했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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