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인 정권교체는 많은 시련과 실험을 예고하고 있다. 일찌기 경험해보지 못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매사가 한결같이 고정관념의 타파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라는 외생변수마저 겹쳤다. 안팎으로 변혁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얘기이고 아직은 위기임이 분명하다.정치권에서는 「소수 집권당」과 「다수 야당」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여소야대」는 88년과 92년 두차례나 있었지만 여야가 멀쩡하게 앉아서 달라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총선을 통하지 않고 여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은 여당후보가 패배하지 않는다는 「여당불패」신화가 깨진 데서 비롯된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게 대선에서 기호순과 득표순서가 바뀐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게 그간의 우리 현실이다. 의석수순으로 매겨진 기호와 득표순서는 항상 일치했다.
대통령당선자는 분명하게 정해졌지만 「집권경험이 전무한 집권당」과 「집권경험이 있는 야당」이 대치하고 있다. 국민회의에서는 『정권교체가 실감나지 않는다』는 환호가 터져나오고 한나라당에서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국민회의에서 『정권을 한번 바꾸기가 이렇게도 어렵단 말이냐』는 비탄섞인 소리가 나왔고 한나라당에서는 『그러면 그렇지, 여당이 쉽게 무너질리가 있느냐』는 허장성세의 주장이 그런대로 통했던게 바로 엊그제이다. 여론조사 결과등 모든 지표에서 야당이 앞서가고 있는데도 설마 정권교체가 되겠느냐는 쑥덕거림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다. 대선이 정권교체로 판가름난 지금 국민회의는 여소야대로 개편된 정국을 집권당에 걸맞게 이끌어 갈수 있느냐를, 한나라당은 당의 정체성을 지키며 건전한 견제세력의 역할을 할수 있느냐를 각각 시험받고 있다.
첫 시험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경제문제해결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22일부터 소집된 제186회 임시국회이다.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가 사전에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헌정사상 처음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흥분 속에서 정치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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