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하루하루 숨넘어갈 지경”/“대선후 호전” 순진한 기대 물거품/미 월가 “최악상황 불가피” 관측도대선이 끝나면 외환사정은 나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은 문자 그대로 「희망」에 불과했다. 바닥난 외환상황은 이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프로그램(IMF패키지)의 조기집행을 기다리는 차원을 넘어, 과연 IMF패키지만으로 해결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22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2단계 하향조정한 것은 대선후 한국에 대한 국제금융가의 최초 공식반응이란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동결도 아닌 두 단계나 하락시켰다는 것은 해외투자자의 눈에 한국경제에는 어떠한 호재도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위험채권, 투기채권)」수준으로 떨어져 장차 해외자금조달이 원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미래에는 위험이 존재하지만 현재로선 이자지급 및 원금상환에 문제가 없음」을 나타내는 Baa2에서 「투자시 주의를 요함」을 나타내는 Ba1으로 추락한 것이다. 따라서 내년 발행을 목표로 이날 국회동의를 받은 ▲외화표시국채 1백억달러 ▲성업공사 해외채권 20억달러 등의 소화여부도 불투명해지게 됐다. 정부와 함께 「요주의」로 하향 평가된 국책은행, 「요주의」차원을 넘어 「부적절」평가를 받은 시중은행들의 차입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미국뉴욕의 월가등 국제금융가에서는 한국의 외채총액이 해외법인분을 포함, 최대 2천6백억달러에 달하고 이중 1천억달러 이상이 단기외채란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가부도나 다름없는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선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외환위기의 본질은 폭증하는 달러수요(외채상환)에 비해 공급(외환보유고)여력이 고갈됐다는데 있다. 15일이후 금융기관들의 단기외채 만기연장은 사실상 중단됐고 달러여력이 있는 일부 은행조차 이달말께부터는 자금상황이 잉여에서 부족으로 돌아설 것으로 알려졌다.
IMF에서 받은 90억달러가 대부분 소진돼 외환보유고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냄에 따라 외환당국도 그동안 수행해왔던 금융기관의 마지막 대출자 역할에서 서서히 손을 떼는 분위기다. 임창렬 경제부총리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에게 올연말의 외환보유고 여유분이 15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환당국은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금융기관 외채상환 부족자금을 전액 지원할 수는 없으며 ▲모자라는 금액은 정부지급보증하에서 알아서 조달하고 ▲지원금리도 가산금리를 4%포인트에서 지난주말 8%포인트, 금주부터는 9%포인트로 인상할 방침임을 금융권에 통보했다. 그러나 정크본드로 추락한 한국정부의 지급보증을 믿고 달러를 빌려주거나 만기를 연장해줄 해외차입선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 김당선자도 정부로부터 외환상황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데 대해 크게 화를 내면서 『외환사태가 하루하루 숨막히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날 열린 외환위기 관련회의에 방한중인 데이비드 립튼 미재무차관과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미국대사를 참석토록 한 것은 김당선자와 경제팀이 현 외환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한국의 신용등급은 이제 필리핀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신용등급은 더 떨어질수 있다는게 국제금융계의 시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무디스 평가/국제투자에 큰영향/정크 본드/위험높은 투기채권
◆무디스 신용평가
무디스사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함께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이다. 이들의 평가결과는 국제금융시장의 큰손들이 투자의 기준으로 삼을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동남아 통화위기가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등급 하향조정에 따라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무디스의 신용등급체계는 최상의 「Aaa」에서 최악의 「C」까지 모두 19단계로 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 1월까지 5번째인 A1(신용상태양호)을 유지하다 지난달 28일 「A3」로 2단계 떨어졌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현재 이자지급 및 원금상환에 문제는 없으나 미래에는 위험이 존재」하는 「Baa2」로 낮아진뒤 이날 「투자시 요주의 대상」인 「Ba1」으로 추락했다. 「Ba1」은 11번째로 이후 등급은 정크본드수준으로 분류된다.
◆정크본드(JUNK BOND)
신용등급이 매우 낮아 위험도가 높은 「투기채권」을 의미한다. 통상 우량채권의 반대개념인 악성채권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 않다. 정크본드는 리스크가 큰만큼 수익률이 높아 중요한 투자대상의 하나다. 발행주체의 지명도 등이 낮아 투자자들에게 리스크가 크다고 인식되고 이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통틀어 말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도 쓰이고 있다. 신용도가 높아 투자적격업체에 속했던 기업이라도 경영이 악화하면 이 업체가 과거에 발행했던 채권이 덩달아 정크본드로 전락하기도 한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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