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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긴급좌담­새 정부의 정치·경제·사회 정책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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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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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 불안감부터 해소해야”/지역·계층·남녀 사회통합안되면 ‘발전의 족쇄’/‘민주적 시장경제’ 연연 구조조정 때 놓칠수도/정계개편 매달리지말고 과감한 행정개혁을15대 대선은 당선자가 승리의 기쁨에 젖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따른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닥친 위기상황인 만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하루 빨리 개혁프로그램과 단계별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일보는 긴급좌담회를 마련,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치·경제·사회 분야별 정책과제를 짚어봤다. 좌담회에는 안석교(한양대) 유석춘(연세대) 김병국(고려대)교수가 초청됐다.<편집자주>

□참석자

안석교 <한양대 경제학 교수>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 교수>

김병국 <고려대 정치외교학 교수>

안석교=정권교체에 따라 희망과 기대, 한편으로 불안감도 교차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의 당선, 새 정권의 등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김병국=이번 대선은 경제실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선거였고 따라서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인 책임정치, 이슈(문제)중심 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DJ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충청권의 몰표라고 볼 때 지역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겉은 화려하지만 아직도 지역할거주의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속은 비어 있는 선거였다고 봅니다.

유석춘=여러지역 인재를 고루 쓰는 탕평책을 구사해야 할 것입니다. 잘 하면 지역감정이 정리되는 계기가 되겠지만 잘못하면 더 악화할 수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의 실패를 교훈삼아 「가신집단」의 문제도 현명하게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이인제 후보 표의 의미,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요구도 수렴해야겠지요.

안=시급한 과제는 국민과 기업인 사이에 확산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이른 시기에 어떤 정책수순을 밟아 구조조정을 하고 외채를 상환할 것인지를 단계별로 분명히 제시해야 합니다.

김=우리 경제의 과제는 금융산업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작지만 강한 정부로의 조직개편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YS가 시도했지만 실패한 개혁을 DJ가 다시 떠맡은 셈이지요. 시기선택이 중요한데 YS의 경우 집권초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시기를 놓쳤다는 점을 교훈삼아야 합니다.

안=DJ는 당선후 「민주적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IMF 구조조정 상황 하에서도 실업을 유발시키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는 이론적으로나 경험사례로 보나 불가능합니다. 보다 현실성 있는 사고로 전환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즉 정리해고제 등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실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보장망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김=시장경제는 효율성을 근간으로 합니다. 분배구조의 불평등성까지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따라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필연적입니다.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제3의 길이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거기에 매달리다 보면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고 맙니다.

유=지역 계층 남녀 등 사회통합은 DJ가 가장 신경 써서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를 잘 해내면 21세기가 밝은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각 부문의 차별이 다시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남을 것입니다.

김=지역갈등을 한번에 다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든 지역 인재를 고루 모으는 식으로 해결해야지요. 물론 김대중정부가 영남에 대한 역차별을 시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유=DJ가 역차별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고 봅니다.

안=경제적 차원에서도 어떻게 사회통합을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을 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사회통합을 전제하지 않고는 구조조정이 가능하지 않고 또 바람직스럽지도 않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첩적으로 발생하는 조세부담 증가, 임금동결, 실업, 물가불안 등 고통의 균등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조세의 경우 현정부는 간접세를 늘려 세금을 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소득에 따라 직접세 비율을 달리하는 등 최소한의 사회통합을 위한 고뇌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100% 동의합니다. 고통을 특정집단에만 일방적으로 전가하면 감당키 어려워집니다.

김=김대중 정권은 (원내)소수정부이기 때문에 거국내각을 구성해도 의회에서의 세불리를 만회하기는 어렵습니다. YS 정부 실패의 교훈을 감안한다면 소수정부라는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계개편에 관심을 가질수록 공정한 고통분담 정책은 어려워집니다. YS는 우리 식의 「정치」에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새 당선자는 「정치」에 너무 매달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단기적으로라도 DJ가 다른 정당대표들과 실업문제 등 충격을 극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중지를 모으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그런 면에서는 어려움을 많이 겪은 사람인 만큼 DJ가 상대적으로 유능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본인이 항상 피해자였기 때문에 지역 계층 노사간 이해관계 조정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최우선 과제는 경제입니다. 그 다음으로 유세과정에서 약속한 내각제 개헌 문제가 있는데…. 경제가 좀 나아지면 정치권의 주요쟁점으로 등장하겠지요.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3당 합당같은 것은 없어야 합니다.

안=또 중요한 것이 행정개편인데요. 현재 공공부문 생산성은 상당히 낙후돼 있습니다. YS의 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못 거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금융산업 개혁과 구조조정이 끝나고 새로 등장할 시장경제의 창달을 위해서라도 관 주도 경제를 이끈 관료집단에 대해 대대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관료는 대통령의 손발이 돼 개혁을 집행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외국에서도 집권 초기 전면적 행정개편은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행정개편도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우선 재정경제원은 쪼개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여러 부처의 권한은 강화시켜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권한과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감사원은 회계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권을 부여하는 등 개발시대의 모순을 정화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유=하려면 임기 초에 해야지요.

안=지방자치시대인 만큼 내무부를 폐지하고 과학기술 강화를 위해 정보통신부와 교육부를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시장보다 잘 할 수 있다」는 관료들의 의식을 바꾸려면 전면적인 행정개혁밖에 없습니다.

김=정치에서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1년∼1년반에 기초를 닦아야 하는데 이러한 시간제약 속에서 소수정부가 전면적인 행정개혁을 하면 관료는 등을 돌릴 것이고 그러면 대통령은 누구를 손 발로 일을 하겠습니까.

유=개혁을 한다는데 관료들이 꼭 등을 돌릴까요.

안=이제 통일·외교 분야로 넘어가 보시죠.

김=남북관계에서는 기업들이 정부의 외교정책에 관계없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안=김 당선자가 남북 기본합의서에서부터 출발하겠다고 한 것은 정도라고 봅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4자회담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지요.

김=개인적인 생각인데 북한 김정일은 기존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봅니다. 즉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이룬 다음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얻게 될 대일청구권 자금 60억∼70억달러로 식량난을 해소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남북기본합의서로 돌아간다고 해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안=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김 당선자와 김정일간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상호 신뢰회복의 계기가 마련된다면 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한 남북한 관계개선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김=경제가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집권 초기에 하면 안됩니다. DJ 사상 문제에 대한 관계와 재계, 일부 언론의 불신이 남아 있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서두르다 보면 부작용만 생길 것입니다.

유=선거결과가 그런 DJ 사상문제에 대한 우려는 씻은 것 아닙니까. 국민이 어떻게 대통령을 의심할 수 있겠습니까. 선거 때면 몰아쳤던 북풍의 피해자라는 입장에서라도 정상회담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김=김정일의 노선이 변하지 않을 때 우리의 대응은 어때야 할까요.

유=DJ도 김종필씨와 손잡고 한 거니까 내부견제도 있고 해서 급진적 변화는 안 올 겁니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 상황을 헤쳐나가고 나서 대북문제가 되겠지요.

안=경제분야의 화해 교류 협력이 중요합니다. 한 마디로 중소기업 구조조정의 공간적 범위를 직접투자든 임가공 형태든 북한까지 확대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이 북한과의 경제교류가 실익이 있다고 판단하면 즉각 교류할 수 있도록 과감한 대북진출 기회를 줘야 합니다.

유=북한에서 그걸 받을까가 문제지요.

안=일단 북한에 공을 던져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대북 경제교류를 경제·외교적 문제와 연계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남북한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기가 가장 쉬운 분야가 경제입니다. 판단은 기업에 맡겨야 합니다. 대북관계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가시적 성과를 위해 대북정책을 서둘러 추진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지요.

김=대북문제에 대해서는 강경론과 온건론이 양분돼 있습니다. 여론이 분열됐을 때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대화와 온건 국면으로 가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국민설득작업이 필요합니다. 깜짝쇼로 풀 수는 없지요. 특히 안보는 미국 중심이고 경제는 중국이 중요한데 양쪽의 동반자 관계를 잘 조율해야 합니다. 미국도 화나게 하고 중국도 화나게 하는 상황을 맞게 해서는 안됩니다.

안=좌담회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한마디씩 해주시지요.

김=정경유착의 고리는 끊어야 하지만 정치는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민주주의는 이익을 대표하는 정치이므로 투명한 로비활동을 보장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합니다. 부정비리와 로비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유=김 당선자는 사회통합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안=현재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1년 정도라도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단계별 청사진을 발표,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김=소수정부에 거대야당이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너무 과욕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봅니다.<정리=이광일·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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