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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 일깨워준 망년회/하비에 알바(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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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 일깨워준 망년회/하비에 알바(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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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은 참으로 복합적이다. 자본의 몇 배나 되는 돈을 겁없이 끌어다 쓴 재벌들이 판매부진과 과도한 투자로 인해 경영상태가 나빠졌고 질좋고 값싼 외국제품이 한국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외채상환을 위한 외환보유고 부족에 따른 압박으로 원화가치가 급속도로 폭락한 것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면 더욱 안정되고 강력한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절제없는 행동으로 내 자신이 얼마나 쉽게 허물어 질 수 있는지를 몸으로 배웠다. 얼마전 망년회 때 일이다. 남자들만의 모임이어서 밤새 술자리가 계속됐다. 자정이 넘자 나는 스스로도 내 주량을 넘어서 지나치게 많이 마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뿐인 망년회라 중도에서 멈출 수 없었다. 새벽 1시쯤 술이 다 떨어지자 누군가 독일산 위스키 슈납스를 내놓았다.

술에 만취한 우리들은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신나게 마셨다. 도무지 집에 어떻게 왔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겨우 집에 도착해 열쇠구멍에 간신히 열쇠를 맞추어 넣고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마치 회전목마에 타고 있는 것처럼 천장이 빙빙 돌았다.

늦게까지 나를 기다리던 아내가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고.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만 내 속에 있던 모든 것을 침대 위에 쏟아버리고 말았다.

아내는 나를 침대에서 끌어내 욕실로 끌고가 샤워를 시키며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셨다고 화를 냈다. 그리고 침대로 돌아가 그냥 자버렸다.

아내가 방으로 들어가 버린후 샤워기에서 물이 계속 떨어지는데 나는 그만 미끄러지면서 샤워커튼을 잡아당겼다. 샤워커튼의 고리가 하나 하나씩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새벽 6시30분. 머리가 깨지는 듯한 두통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커다란 시계탑의 종이 내 머리 속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후 내가 왜 옷을 입은 채로 욕조 속에서 자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샤워기에서는 물이 계속 쏟아져 내려 욕조를 가득 채우고 내 턱까지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자칫하면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은 바로 절제였다.<르네상스 서울 호텔 식음료이사·스페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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