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알뜰소비 붙들기/대형업체 할인점진출 늘어/상설할인매장·이월행사에 자체 상표 공급확대 나서기도국제통화기금(IMF) 시대가 그동안 쌓아온 유통업계의 차별화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하이(HIGH)와 로우(LOW)로 양극화하던 소비패턴이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하면서 업체들의 전략도 로우일변도로 바뀌고 있다.
유통업계의 영업전략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불황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품격」과 「알뜰소비」의 양극단으로 자리잡아가는 추세였다. 할인점들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불황시대의 생존전략차원에서 대형백화점들은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한 현대와 갤러리아의 매출호조에 힘입어 앞다투어 수입명품관을 확장했다. 이에 맞서 중소백화점들은 기획전을 중심으로 알뜰소비층을 파고드는 틈새전략에 몰두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백화점에서도 대형백화점과 중소형백화점으로 양분된 시장은 고급수입품과 알뜰상품을 취급하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분화되어온 셈이다.
명품관을 중심으로 한 하이전략이 몰락한 것은 철저하게 IMF한파 때문이다. 환율의 가파른 상승으로 환차손이 쌓여가고 수입품의 단가가 너무 올라가면서 더이상 영업확대가 어려워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변화에 있다. 과소비에 대한 경계심리 그리고 외제선호에 대한 죄책감들은 고가수입품 경기를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업체들의 로우전략은 일단 할인점에 매달리는 양상에서 먼저 감지된다. 뉴코아 미도파 쁘렝땅 등은 백화점매장을 할인점으로 바꿀 방침이다. 뉴코아는 분당서현점을 의류 할인점인 아웃렛매장으로 바꾸었고, 쁘렝땅은 내년초 프랑스본사와 계약이 만료되는대로 할인점 변신을 모색중이며, 미도파도 청량리점을 내년중에 할인점으로 바꾼다.
IMF로 인한 긴축경영으로 대부분의 개점계획들이 연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개점한 점포들은 모두 할인점이란 점도 같은 맥락이다. 얼마전 한화그룹은 부평에 할인점 1호점인 한화마트를 열였고 LG마트도 2호점을 시화에 냈다.
여기에 외국계 할인점의 움직임도 주목거리다. 까르푸의 경우 본격적인 할인점시대가 왔다고 보고 영업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외국기업들이 철수하는 시점에 오히려 1억달러에 가까운 투자를 앞당기는 역전략을 펼치고 있다. 외국기업으로서 최대규모라는 투자액을 IMF시대를 통해 과시함으로써 외국업체에 대한 경계심을 푸는 한편 공세적인 영업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백화점들의 로우전략은 명품관을 줄이는 대신 상설할인매장을 만들고 자체상표(PB) 제품을 늘리며 수시로 가격파괴형 행사를 연결하는 형태가 주종을 이룬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형업체들이 발빠른 대응에 나서면서 백화점업계전반에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상설할인매장의 확대다. 롯데는 23일부터 식품부와 생활용품부에 50평규모의 알뜰상품코너를 열 계획이고, 미도파상계점은 식품매장의 알뜰가계코너(지하) 구두 상설할인매장(1층) 여성캐주얼 할인매장(2층) 의류아웃렛(8층) 등 층별 상설할인매장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랜드는 의류매장에서 70%까지 싸게 파는 이월상품코너를 상설운영하고, 그레이스는 최근 아웃렛형태의 가계절감코너(8층)를 열었다. 신세계도 미아점 식품코너에 시중가보다 30%정도 싼 알뜰코너 천냥하우스를 마련했다.
미끼상품과 시간대별 서비스도 강화했다. 현대는 생식품 가운데 4∼5가지를 시중가보다 30∼50% 싸게 파는 일별 봉사상품코너와 하루 한차례 특정상품을 절반까지 싸게 파는 일별 봉사상품을 확대키로 했고, LG는 매주 특정브랜드의 상품을 80%까지 싸게 파는 에브리데이 마켓의 품목을 늘리기로 했다. 그랜드는 하루 한차례하던 시간대별 서비스(40%)를 2회로 늘렸고 식품에 한정됐던 일별 봉사상품도 의류 잡화로 확대했다.
PB를 확대하는 것도 로우전략의 하나다. 한화유통의 자체상표 「굿앤칩」은 최근 식품류 120종 의류 70종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500종을 돌파했고, 뉴코아는 할인점용 PB 「피플」과 「레드앤골드」를 통해 100여종의 생필품을 공급하고 있다. 신세계도 할인점용 PB 「E플러스」를 확대하는 한편 최근 백화점 PB 「키스앤 허그」를 출시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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