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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의학(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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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의학(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16)

입력
1997.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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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양생의학/“마음의 동요 다스려야 건강”/인간·우주 조화가 중요/지나친 충동 억제하고 과로·게으름 피하며 규칙생활 유지해야 무병중국이 자랑하는 중의학의 현장은 베이징(북경) 시내에 있는 베이징중의학원과 중의원에 가면 볼 수 있다.

또 청나라때 서태후의 여름별궁이었다는 이허위안(이화원) 근처의 칭궁(청궁)의약연구소도 가볼 필요가 있다. 이들 세 곳은 전통의학을 관장하는 중의약관리국이 외국인에게 권하는 주요 견학코스에 들어 있다.

칭궁의약연구소는 청나라때 제왕들이 즐겨 먹은 음식이나 장수를 위해 상용했던 약들을 분석, 판매하고 있다. 차나 엑기스같은 형태로 만든 강장약은 물론 몸에 좋다는 약술도 팔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청나라 황제들이 먹던 음식이나 약에 관한 많은 책이 서고에서 연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사람의 병을 망문문절의 네가지 사진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다시말해 사람을 관찰하고(망), 청각으로 듣고(문), 물어보며(문), 진맥을 해서(절) 병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화타같이 고명한 의사는 환자를 보기만 해도 병을 알아낸다고 해서 「망이지지」라고 했다. 사진법은 서양의학에도 있다. 전통적인 서양의학에서는 시진, 청진, 문진, 타진의 네가지 방법에 의해 병을 알아냈다.

사진법중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시 한 것이 진맥을 통해 병을 알아내는 절이다. 또 치료는 예방적 처치에 관심을 더 두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양생, 귀생, 위생이라는 말도 인간의 삶을 무병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은 이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과 외부세계 내지 우주의 완전한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과 우주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인간이 대우주 속에서 아무런 지장없이 융화를 이루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양생사상은 절제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신비주의적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예방의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성생활이나 위생문제를 비롯, 윤리적으로 건전한 인간관계를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하늘·땅·인간의 상호조화, 합리적인 조정을 중요시한다.

즉 자신의 몸을 부단히 단련하고 지나친 과로나 게으른 생활을 피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소박한 식사, 지나친 충동이나 감정의 억제, 절제된 성생활, 계절 변화와 생활 리듬에 대한 순응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오금희와 기공술/건강유지엔 약보다 운동/다섯가지 동물모습 본따 명의화타,신체단련법 고안

과거에는 이상한 단약이나 약제가 정력을 세게 하고 수명을 연장한다고 해서 널리 이용됐다. 진시황이 50세도 되기전에 요절한 이유는 몸에 좋다는 이상한 약을 많이 먹어 비소와 수은중독에 의해 숨졌다는 것이 의사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후 한·당·명·청나라 때도 비슷했다. 당나라 측천무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제왕이 요절했다. 이 역시 이상한 약을 많이 먹어서 약물중독 때문에 생겨난 결과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한의학은 「신농본초경」에 나오는 바와같이 약을 군약, 신약, 좌약, 사약 등 네가지로 구분한다. 이를 적절하게 배합해 질병을 다스리는 데 힘썼다. 그러나 어느 한의서도 약을 지나치게 많이 쓰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하고 음식을 합리적으로 먹을 뿐아니라 신체를 단련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라고 권하고 있다.

소림사권법으로 알려진 신체단련법은 외국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의 신체단련법은 기원전 3세기경 진나라 때부터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가 들어서면서 유교가 교육의 기본철학이 되고, 수·당나라 때는 인문교육을 중심으로 한 과거제도가 확립돼 신체단련법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신체단련법에는 대기를 받아들여 몸안에 머물게 한다는 도인, 뱃속에 들어있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신선한 기운을 들여마신다는 토납같은 것이 있다. 오늘날에는 도인과 토납이 발전한 기공과 태극권법이 통용된다.

화타는 새 곰 호랑이 사슴 원숭이 등 다섯가지 동물의 모습을 흉내내 참선하는 승려들이 신체를 단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오금희를 만들었다. 이 방법에 따르면 신체단련 과정은 생명현상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정(기공)에, 다른 하나는 동(태극권)에 기초를 두고 있다. 양면은 상호 보완적이어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황제내경」에 따르면 호흡을 일시 정지하거나 사고력을 집중시켜 기를 끌어들일 경우 가벼운 열병이나 정신쇠약증세를 고칠 수 있다고 한다. 또 태극권은 우리 몸안의 기와 혈의 움직임을 건전하게 해줌으로써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는 것이다.

누구나 중국에 가면 아침마다 나이먹은 사람들이 느린 음악에 맞춰 태극권운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태극권은 이론적으로 정·기·신을 단련하는 운동이다. 후한시대에 나온 단전이란 개념은 생각을 집중해 정신적 수련을 도모하는 수련법이다. 일설에 의하면 면벽 9년의 수행을 쌓은 달마대사가 만들었다고 한다.

◎이도요병법/고혈압·심근경색·위장병 등 현대인이 앓는 성인병은 정신 불건강 따른 심인병

중국이 개방된 뒤 중의학을 소개하는 중심지가 된 칭궁의약연구소의 벽에는 조섭양생법과 관련된 그림과 글들이 걸려 있다. 그 중에는 「옛날의 훌륭한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 병을 예방했는데 요즘 의사는 오직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마음을 다스릴줄 모른다. 이것은 근본을 버리고 끝을 따르는 것과 같다. 근원을 연구하지 않고 끝만 연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비록 한 때의 요행으로 병이 나을 수 있으나 훌륭한 의사라 할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동의보감」의 내경편도 이도요병법을 강조하고 있다. 이도요병법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즉 「병을 고치려면 먼저 환자의 마음을 다스려 동요를 없애야한다. 그러면 환자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태평해지면서 세상만사가 모두 망상이고, 화와 복이 따로 없으며, 생사가 꿈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것을 깨달으면 환자의 마음이 깨끗해져 병이 생기지 않으며, 약을 먹지 않아도 병이 저절로 낫게 된다. 이같은 치료가 도로 마음을 다스려 병을 고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서양의학도 이런 정신·신체의학적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우리 몸안에 돌고 있는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 사이에 균형이 깨질 때 병이 생긴다는 액체병인설을 주장했다. 이런 전통적 병인론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사람이 독일의 빌효였다. 그는 19세기 후반에 모든 병이 세포에서 생겨난다는 세포병리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20세기후반에 이르러 현대인이 앓는 대부분의 병은 세포병리설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병들이다. 마음이 병들어 육체에 증상이 나타나는 심신병 내지 심인병이다. 고혈압, 심근경색, 협심증, 위장병은 물론 각종 성인병이 정신 또는 정서적 불건강 때문에 생기는 심인병이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현대인은 누구나 심신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병을 막으려면 열심히 일하고, 잘 자며 일과 휴식의 구분을 뚜렷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 취미생활을 즐기며 정신수양에도 힘써야겠다. 한 번쯤 동양의 전통의학이 권하는 조섭양생에 관심을 가져보기 바란다.<허정 박사>

□허정 박사 약력

▲57년 서울대의대졸업

▲60년 미미네소타주립대 보건학석사

▲63년 서울대보건학박사

▲78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79년 한국노년학회장

▲81년 대한예방의학회장

▲88년 한국보건행정학회장

▲현재 서울대보건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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