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야에 친구많다” 개인적우호 강조도미국 정부는 19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첫 공식논평에서 『김대중 당선자는 이곳에 많은 친구를 갖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여야 정권교체를 맞아 김당선자의 미국에 대한 개인적 우호관계를 강조함으로써 한미간의 유대를 강조한 것이다.
미국은 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동맹보다는 민족이 우선한다』는 말에 크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진보적이며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김당선자의 의중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미국측은 김당선자가 당선 직후 클린턴 대통령과의 통화 및 당선 기자회견에서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데 대해 『김당선자는 강력한 한미관계의 옹호자』라고 화답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한 적이 있는 김당선자는 미국 각지에 많은 지인이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 관계자들과도 지면이 넓고 하버드대에서 공부할때 알게 된 학자들도 적지 않다. 오랜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자주 미국을 방문, 조야의 지도자들과 폭넓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 향후 한미 우호관계에 도움이 되기를 미국은 바라고 있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선거운동과정에서 공식적으로는 중립의 자세를 견지했으나 『김후보가 영어로 능숙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것에 놀랐다』『김후보의 미국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다』는등의 우회적인 말로 김당선자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기도 했다. 대선결과가 나온 뒤 한 관리는 『일본에서 납치됐을 때와 5공 군사정권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모두 미국 정부가 개입, 김당선자의 생명을 구했다』며 『미국은 오래전부터 김당선자를 주목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김당선자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첫 입장표명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특히 북한정책에 관한 한 일관성을 잃고 남북 대치국면을 장기간 방치해온 현정부에 비해 통일 및 대북 정책에 관해 확고한 입장을 밝혀온 김당선자에게 남북한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는 눈치다.
김당선자가 4자회담은 물론 그간 미국이 주도해온 연착륙정책에 지지를 표명한 데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특히 김당선자가 첫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하는등 남북문제의 당사자 해결원칙을 강조한데 대해 『남북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한이 풀어야할 문제』라며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와 더불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김당선자의 입장표명으로 94년 제네바 핵합의가 유지되게 된 데 대해서도 안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한국의 새 정부아래서도 주한미군의 유지 등 안보를 기본틀로 하는 한미 양국관계에 큰 변화가 없기를 기대한다. 비록 보수적 색채가 강한 자민련과의 정책연합으로 인해 다소 속도가 느릴지는 모르지만 김당선자의 의욕적인 대북정책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이로 인해 정치적인 사안보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금융위기를 타개하는데 한미 양국의 협력이 집중되어야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를 지지한다』는 김당선자의 말에 고무돼있는 미국은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그의 미국방문을 통해 양국간의 다각적인 공조체제가 구체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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