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5·18 및 12·12 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의 의미와 교훈은 크고 무겁다.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의 회동 첫날에 직접 동의를 구해 발표한 절차의 상징성만으로도 이번 조치가 과거의 한풀이 차원을 넘어 국민대화합의 큰 계기에서 단행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더구나 지금은 국가부도가 걱정될 정도로 국난의 와중에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마당에 지역적으로 갈라선 민심이나 정치력을 극적으로 한데 묶어 국난극복에 집중시킬 필요가 절박한 시점인 것이다. 또한 지난 9월초부터 여야 대선 후보들에 의해 이미 전·노사면 및 용서문제가 제기되어 온 바도 있어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뜻밖의 조처로 받아들여지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을 포함해 국민 누구나 착잡한 심사를 금치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12·12반란과 5·18쿠데타 단죄가 우여곡절과 특별법 제정 등의 진통을 겪은 끝에 17,18년만에 대법원 확정판결로 단죄된게 불과 지난 4월17일이었는데 해를 넘기기도 전에 이처럼 풀려나게 된 것에 짙은 감회와 걱정이 남는 것이다.
이같은 걱정은 최근 전·노 정권과의 정경유착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재벌총수들이 특사되는 등 일련의 성급하고 순서가 뒤바뀐 듯한 조처들로 말미암아 이미 여러 차례 표명된 바 있었다. 오늘의 국난을 초래한 원인이 되기도 한 죄악들에 대한 단죄가 이처럼 서둘러 풀릴 때 역사적 단죄 의미와 함께 사법적 정의도 퇴색될 것이고 다른 범죄와의 처벌형평도 깨어진다는 항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처가 발표되자마자 각 정당들이 대체로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고는 한다. 그러나 일부 재야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필요에 의한 사법권 침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우선해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었다」 「정의구현이라는 국민기대를 저버렸다」는 등 반응이 나온 것을 사면대상에 오른 인사는 물론이고 통치권과 당선자는 깊이 유념해야 한다. 비록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사면되지만 역사적 단죄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게 국민들의 소리인 것이다.
이번 전·노 특별사면이 재벌총수들과 달리 형선고 실효가 아닌 잔형면제일 뿐이고, 2,205억원(전씨)과 2,628억원(노씨)에 이르는 추징금도 결코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다른 뇌물사건 관련 2명이 사면된 것은 이상하다.
특별사면권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비록 임기말이라지만 당선자의 동의마저 구해 특별사면을 단행, 두 전직 대통령이 함께 수감되어 있는 국가적 치욕사태가 없어지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다행스럽다.
우리가 새삼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역사적 단죄의 교훈과 정신은 특별사면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살아 있어야 하고, 본인들의 자숙과 국민 모두의 대통합 실천을 통해 두고두고 갚아야 할 아픔임을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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