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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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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용의 눈물」은 조선의 건국과정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양녕대군을 등장시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모반의 정치와 힘의 논리, 치열한 골육상쟁 등 어두운 역사를 벗어나 우리 역사상 최대의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세종대왕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 ◆조선의 문민정치가 열리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세종이 없는 조선을 생각하는 것은 참혹한 일이다. 그러나 세종이 있더라도, 춘원 이광수가 평가한 조선은 낙제점수를 면치 못한다. 그의 「민족개조론」은 신랄하고 가차없다. 「…과학을 남겼나, 부를 남겼나, 철학·문학·예술을 남겼나…」 ◆춘원은 「오직 송충이 모양으로 산의 산림을 말짱 벗겨 먹고, 하천의 물을 말끔 들이마시고, 탕자 모양으로 선대의 정신적·물질적 유산을 다 팔아먹었을 뿐」이라고 개탄한다. 이 글은 발표됐을 당시 일제정책에 동조하는 글이라는 이유로 민족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근래 이러한 역사평가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재검토하려는 젊은 학자들도 늘고 있다. 한때 「역사 바로 세우기」를 주창했던 김영삼 대통령 정부는 선대의 경제적 유산을 다 들어 먹은 후 퇴장할 준비를 하고, 군사정권과 피가 섞이지 않은 또다른 문민정부가 무대에 오르려 하고 있다. ◆어지럽게 공중전을 펼치던 용들 대신, 다른 용이 피폐해진 나라살림을 물려받는 것이다. 함께 2000년대도 맞게 될 이 정부가 속히 경제를 부흥시키기 바란다. 하여 훗날 「과학도 남겼고, 부도 남겼고, 정신적·물질적 유산도 모두 중흥시켰다」고 기록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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