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의 신용장매입(대금결제)과 개설(수입허가)중단사태가 본격 확산되고 있다. 20일부터 일람불수출신용장의 매입을 중단한 은행이 급격히 늘었으며 일부 매입은행들조차 업체당 지점당 한도금액을 정해 일정규모 이상을 수출하는 업체들의 경우 사실상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도를 정해 신용장을 매입하고 있는 은행들조차 내주부터 연말까지 신용장의 매입과 개설을 할 수 없다고 업체에 통보, 내주부터 수출입이 일시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통상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 외환은행은 일람불신용장의 경우 대부분 매입했고 J은행은 업체당 10만달러이하로 매입금액을 제한했으며 S은행의 경우 지점당 규모별로 5만달러 혹은 10만달러이하의 금액만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다른 은행들은 이날부터 매입을 중단했으며 일부 매입은행들조차 22일부터 매입을 중단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대부분 10만달러이상의 신용장을 받아놓고있는 종합상사들의 경우 사실상 수출대금을 결제받지 못해 차질이 본격화하고 있고 수입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한 기업들은 98년 1월말께부터 생산중단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K상사 관계자는 『아침에 수출대금 결제에 들어갔다가 10만달러이하만 허용하는 제한에 걸려 결국 포기하고 말았으며 이 규정이 계속 적용되면 앞으로 2∼3일만에 한번씩 결제받을 수밖에 없으나 그나마 내주부터는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S Y H은행등과 거래하고 있는 철강업체 A사는 지금까지 1건당 10만달러 이하의 신용장만 결제받고 다른 거래은행들은 이마저 받아주지 않아 올해말까지 2,300만달러의 수출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B알루미늄의 경우 알루미늄괴의 연지급수입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해 현재까지 발생한 생산차질액은 1,400만달러에 달한다.
C금속은 원자재인 동광석의 수입중단으로 98년 2월부터 생산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한 직물수출업체의 경우 이달 중순들어 수출신용장 매입이 완전 중단돼 창사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있다. 신발수출업체 E사도 굴지은행으로부터 이날까지만 일람불신용장을 매입하고 내주부터 98년초까지 신용장매입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편 섬유와 잡제품 수출업체인 동국무역의 경우 신용장매입에 큰 어려움을 겪지않고 있는데 이 회사는 수출 전액을 수출보험공사에 부보, 은행으로부터 협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관계자는 『보험에 들면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에 맞추기 편해 대금을 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통산부는 수출입신용장의 개설과 매입에 신용보증기금을 적극 활용키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마련에 들어갔다. 통산부가 검토중인 안은 9조8,000억원인 보증액규모를 12조원까지 늘리는 방안과 아시아개발은행 차관중 10억달러를 보증기금에 출연하는 것등이다. 통산부는 또 한시적으로 원자재수입에 대해 보증한도를 없애거나 15억원인 보증금액을 5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통산부 관계자는 『은행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나 달러확보의 주요수단인데다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수출이 중단되고 원자재수입을 못한다면 국내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이라며 수출입의 정상화를 위한 은행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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