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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하나 잘못쓴 대가/송태권(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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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하나 잘못쓴 대가/송태권(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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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지금은 좌·우 동거정부의 날개꺾인 지도자로 전락했지만 취임초기에는 비상한 기대를 모았다. 그가 대선에서 승리해 14년만에 우파의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을 때 사회당의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많은 국민들은 꽉 막혔던 실내가 환기되는 듯한 신선함에 박수를 쳤다.95년 대선은 그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81, 88년 대선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던 그로서는 95년 선거에 패배할 경우 대권의 야망을 영원히 포기해야 하는 막판 상황이었는데 3수의 집념이 끝내 통했다.

30세에 정치에 입문한 그는 초년병 시절부터 크게 될 재목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명석한 두뇌에 기층민중을 파고드는 설득력이 뛰어난 웅변술과 카리스마를 갖춘 그는 건장한 체격에 시원스럽게 잘생긴 얼굴, 활달하고 역동적인 인상등 외적 요소도 만점이었다. 그런데 산전수전의 경험에 자질, 덕목을 두루 갖춘 그가 정작 대통령으로서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알랭 쥐페 전 총리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라크 대통령은 취임후 사회당 정권하에서 무기력해진 국가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구상했다. 그리고 이를 집행할 초대 총리로 쥐페를 등용했다. 그러나 쥐페는 정책추진 과정에서 사사건건 국회와 불화를 빚고 정부내 잡음을 일으키는 등 총리로서 낙제점이었다. 그럼에도 시라크 대통령은 20여년간 충복이었던 쥐페를 무한대로 신임하며 감싸고 돌았다. 쥐페의 건의로 지난 6월 무모한 조기총선까지 실시하는 최악의 자충수를 둔 뒤에야 시라크는 자신의 최대 실책이 무엇인지 알게됐다. 시라크 대통령은 「사람을 쓰는 판단」에서 한 번의 잘못으로 인해 제대로 뜻을 펴보지도 못한 채 동거정부의 절름발이 대통령이 되어버렸다. 한국의 차기 국가지도자가 음미해봐야할 외국지도자의 경험사례다.<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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