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기록한 득표율 40.3%는 숫자가 줄 수 있는 상징성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39만여표의 근소한 표차는 신승이라는 표현이 걸맞지만 이 미세한 승리는 「30%대 정권」보다는 어감이 낫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었다는 이번 선거의 의미도 「40%대 정권」에서 더 어울린다.원론적으로 따지자면 이번 선거만큼 야당집권의 기회가 극대화한 적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속에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같으면 정권이 교체돼도 몇 번이나 교체됐을 것이라는 김당선자의 지적은 맞는 말이었다. 민주국가의 자연스러운 구조에서라면 야당에게 이런 선거만큼 쉬운 선거는 드물 것이다.
김당선자는 이번 선거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선거전은 힘겨웠고 박빙의 당선과정은 「세기의 승부」였다. 이런 대목들에서 다시 확인하는 것은 우리 정치 사회구조가 상식적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이다. 두부모 자른 듯한 동서분할의 지지분포, 지역따라 후보따라 몰려다닌 몰표현상 등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이같은 투표행위로 말한다면 이번 선거는 DJ냐, 반DJ냐, 아니면 반YS냐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는 마치 호남에서 한풀이, 경북에서 화풀이, 경남에선 뒷풀이를 하는 것처럼이었다. 선거를 취재하던 외국특파원들이 이해하기를 포기한 이상한 현상들이다.
정권교체를 해 보았다는 첫 경험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비뚜러지고 꼬여 왜곡된 의식과 관습, 사회문화에 깊이 깊이 영향을 줄 것 같다는게 모두의 얘기들이다. 여당이 야당의 처지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정치원리를 확인하는데 50년이 걸린 셈이다. 이제 우리사회가 갖고 있던 큰 고정관념 하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다음 선거가 이번과 똑같은 위기속에서 치러진다면 50%이상의 일방적 승리로 야당 당선자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한 불합리들을 극복해 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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