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독점 따른 적폐 해소” 또 하나의 정치실험「김대중 대통령」의 탄생은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의미한다. 김대중당선자는 굴러 떨어져도 다시 오르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처럼 권력의 정상에 네차례나 도전하면서 그 명분을 정권교체에 두었다. 김당선자는 19일 당선후 개구일성으로 『우리 국민이 자신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한 역사적 날』이라고 정권교체에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건국이래 한국 정치사는 단 한번도 정상적 정치상황에서의 정권교체를 기록하지 못했다. 때문에 김당선자의 의미부여가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는 「50년만의 처음」이라는 역사성을 갖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정권교체의 실체는 무엇이냐는 본질적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실제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고 국가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정권교체는 통치기구를 담당하는 권력과 세력의 교체이다. 정치적으로는 야당이 여당되고 여당이 야당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을 통한 정권교체는 단순히 사전적 의미의 권력변화나 여야교체라는 협의의 수준에만 머물지 않는다. 막연한 역사성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권교체의 진정한 본질은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그릇된 가치관, 그로인한 적폐를 일거에 청산하는데 있다. 여당이 대선에서 져본 적이 없다는 「여당불패」신화는 「무조건 이기는게 선」 「과정은 의미없고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독선을 사회 저변에 범람케했다.
서울대 한상진(사회학) 정운찬(경제학) 교수 등 많은 학자들은 『권력이 한 세력에만 머물면서 우리 사회에는 줄서기문화, 편법, 정경유착이 고질화했다』고 진단했다. 관료사회나 재계, 심지어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에서도 적지않은 인사들이 학연, 지연 등 갖은 수단으로 권력과 줄을 대려고 애쓰는게 상식으로 통할 정도였다. 지금 한국경제를 멍들게한 정경유착의 근원적 원천도 여당의 계속된 집권에 있었다는게 중론이다.
더욱이 여당의 권력독점이 지역독점으로 이어져왔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30년 이상을 영남권이 집권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줄서기문화, 유착풍토와 맞물려 지역감정의 골을 깊게했다. 사실 60년대 중반이후 추진된 근대화의 혜택은 주로 영남권이 향유했고 호남·충청권이 소외됐다는 사실에서도 정권교체없는 정치의 폐해가 잘 드러나고있다. 정운찬 교수는 『71년 대선때만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남에서 김대중 후보를 7대2로 누른 반면 김후보는 호남에서 박 전대통령을 58대 33으로 눌렀다. 따라서 90% 이상의 몰표를 던지는 호남정서는 그 이후 누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15대 대선의 정권교체는 그릇된 가치관을 바로잡는 정치사조의 변혁이자, 지역교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특정세력과 특정지역의 권력독점은 능력 보다는 연고를 중시하는 오도된 사회풍조를 만들었고, 결과에 승복하지않는 문화를 초래했다. 국제적으로도 냉전구조가 무너진후 전세계가 모든 에너지를 모아 「경제전쟁」을 치르는 현실에서 우리는 내부 분열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해 응집된 힘도, 경쟁력도 가질 수 없었다. 우리가 더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게되는 처참한 상황으로 추락하게된 현실도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권교체가 모든 폐해를 해소하고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전능한 수단은 아니다. 정권교체와 김대중정권의 탄생은 엄격히 말해 또하나의 정치실험이라할 수 있다. 더욱이 차기 정권이 자민련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립정권의 성공여부도 불확실하다. 또한 김대중 당선자가 지연에 얽히거나 가신정치에 매몰되면, 지역교체는 또다른 폐해를 낳을 뿐이다. 한때 「절반의 정권교체」 「문민정부」로 화려하게 평가되던 김영삼정권이 5년 집권기간을 허송하고 국가부도사태를 초래했다는 엄연한 사실에서 김대중 당선자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권교체가 민주주의 성숙과 나라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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