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기능이 점점 약해져 호흡곤란 등 각종장애 유발/국내환자 1만5,000∼2만명 원인불명 완치불가능하지만 적극치료로 삶의 질 높여야「신이 내린 가장 가혹한 병」이라는 불치의 근육병으로 수많은 생명의 불이 꺼져가고 있다. 16일밤 서울 하얏트호텔에서는 근육병 환자를 돕기위한 자선모임이 열렸다. 올해 13번째인 행사의 수익금은 근육병 환자 전문요양소를 건립하는 데 사용된다.
근육병은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준다. 근육기능이 점점 약해져 신체장애를 초래하는 난치병으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침투한다. 아직 원인도 불명확해서 뚜렷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또 선천성 심장병이나 뇌성마비와 달리 병이 계속 깊어지는 무서운 질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700여명이 환자로 등록돼 추적관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근육병 환자는 1만5,000명 내지 2만명으로 추정된다. 대다수는 사회의 무관심속에 적절한 치료나 관리를 받지 못한채 방치돼 있다. 한국일보의 특집기사를 계기로 근육병 환자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기대해 본다.
근육병=온몸 근육의 힘이 점점 약해지면서 호흡곤란과 각종 합병증을 유발,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지하게 되는 만성적 질병이다.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개 염색체의 이상 등 유전적 요인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의 병력과 상관없이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염증성, 신진대사 이상, 내분비기능의 장애, 독성에 의한 발병 등 다양하다.
근육병은 원인에 따라 진행성 근이영양증, 근경직증, 염증성 근병변, 신진대사에서 오는 근육병, 선천성 근육병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진행성 근이영양증이 가장 흔하다. 증상이 빠르게 진행해 근육골격계에 이상을 가져오며 호흡근육의 약화로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등 신체 각 부위에 합병증을 동반한다.
진행성 근이영양증 가운데서도 가장 빈도가 높은 질환이 뒤시엔느(Duchenne)형 근디스트로피(dystrophy)이다. 이 질환은 대개 2∼3세때 근력이 약해지면서 보행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 대부분 12세 이전에 보행능력을 상실한다. 더구나 20세이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진단 및 치료=근육병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검진 및 가족력검사, 근전도 검사, 조직 검사, 유전자 검사, 혈액검사 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근육병 치료법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요법이다.
근육병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이 팀워크를 이뤄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재활치료는 최대한의 근력을 유지, 관절이 굳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둔다. 관절운동 및 근력 강화운동을 지속해서 오랫동안 걷도록 한다. 또 폐기능을 좋게 하기 위해 심호흡운동 등 호흡재활치료를 병행한다. 가정에서도 호흡치료를 계속할 수 있도록 보호자와 환자에게 가정요법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에서도 계속적으로 치료해야만 오랫동안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다. 또 열등의식과 좌절감에 빠지지 않도록 부모가 동참하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정신치료와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영적인 안정을 위해 신부나 목사 등 성직자와의 대화를 통해 정신상담치료도 실시한다. 이같은 통합적인 재활치료가 이뤄지려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의사 뿐아니라 사회·종교계 인사 및 자원봉사자가 팀을 구성해서 접근, 정기적인 추적관찰과 목표설정을 통해 효율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근육병클리닉=현재 근육병클리닉을 운영중인 곳은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필자는 근육병 환자들에게 심리적·재정적 도움을 주고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86년 4월 관심있는 의료진과 병원직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근육병클리닉을 개설했다.
현재 이 클리닉에서 700여명의 환자가 체계적인 재활관리를 받고 있다. 또 근육병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94년 3월 근육병재활연구소를 설립,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근육병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 한국근육병재단도 설립했다.
지금까지 13차례 개최한 행사에서 모금된 돈으로 호흡기 22대와 휠체어 100여대를 구입, 근육병 환자에게 기증했다. 또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임신전 혈액검사와 DNA검사를 시행중이며, 월례모임을 열어 환자에게 필요한 운동요법, 심리치료, 놀이치료, 근육병에 대한 최신정보 및 상식 등을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근육병은 아직도 백혈병, 선천성 심장병 등과는 달리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환자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소외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의사들도 이 질환에 대해 잘 몰라 적절한 치료기회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치료할 수 없다는 개념으로 잘못 이해, 치료를 포기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근육병은 현재의 의료기술로 완치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근력약화로 발생하는 합병증과 신체장애를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유전상담을 통해 근육병을 가진 집안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문재호 연세대 의대 교수·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과장>문재호>
◎환자가족 수기/걸음마 늦은 첫 아이 15개월때 원인발견/요양원 건립 등 사회적 관심이 필요
결혼 1년만인 92년 소중한 사랑의 결실을 얻었다. 우리 제호가 태어난 것이다. 몸무게가 3.1㎏인 건강한 사내아이였다.
그러나 임신기간동안 여러차례 건강이 좋지 않았던 때문일까. 신은 우리에게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었다. 제호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참 지난 뒤였다.
아이는 처음에는 아무 탈없이 잘 자랐다. 돌 때까지 제대로 걷지 못해 늦되는 게 아닌가하고 걱정했으나, 15개월이 되면서부터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릎을 딛고 일어서는 게 아닌가. 그 후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니 또래들과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뛰지 못하고 계단도 간신히 기어올라갔다. 정형외과를 찾았다. 처음에는 뼈에 이상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의사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했다. 며칠 후 다른 병원을 찾았다. 여러가지 검사를 거친 뒤 재활의학과로 넘겨졌다. 그 곳에서 근전도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근육병이라고 했다. 듣도 보도 못한 병이었다. 현대의학으로는 고치기 힘든 병이라는 말에 눈앞이 캄캄했다. 귀엽고 착한 우리 아이에게 왜 이렇게 끔찍한 병이 찾아왔단 말인가.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믿고싶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아이문제로 가정불화도 생겼다. 그러나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다고 굳게 다짐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다닐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비록 몸은 약하더라도 자신감과 의지가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교회도 열심히 나가고 한약도 먹였다. 전국 방방곡곡을 수소문하며 근육병에 좋다는 약이나 명의를 찾아 다녔다. 다행히 지금은 영동세브란스병원 근육병클리닉의 각종 재활프로그램 덕분에 안정을 찾았다.
우리 사회에는 근육병 환자가 많다. 환자 본인의 어려움은 물론 형언하기 힘들지만 가족이 겪는 희생과 고통도 엄청나다. 환자가족들의 소망은 근육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하루빨리 요양원이 건립되고, 치료법이 개발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와 의사선생님들이 환자 가족들의 소원을 하루 빨리 이뤄주기를 기원해 본다.<이금순 서울 강서구 염창동>이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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