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없는 대통합의 정치 필요/“과거 얽매이면 나라발전 없다”/지역감정 씻고 이젠 하나로…헌정사상 처음 여야 정권교체를 실현한 19일 전국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완연히 달라진 새아침을 맞았다. 이날 국민들은 각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표정과 분위기를 보였으나 가장 간절한 바람은 하나였다.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이 땅에서 몰아내자』는 것이었다.
광주와 목포 등 호남주민들은 간밤의 흥분과 환호로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로 『축하한다』는 인사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미처 못다한 선거얘기로 이야기 꽃을 피운 광주시민들은 『과거의 한과 지역감정에 얽매여서는 더이상 나라의 발전도, 통일도 없다』며 『그동안의 「호남차별」이 다시 「비호남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다.
광주시민연대모임 등 광주지역 8개 시민단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결코 호남정권의 수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를 계기로 호남인들은 그동안 소외와 박탈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지역간 화해를 이루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선대 양형일(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드러난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광주시의회 오주 의장은 『김 당선자가 특정정당이나 지역의 지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신정치를 탈피하고 인재를 널리 등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당선자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와 학창시절을 보낸 목포의 주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간밤의 가슴졸이던 심경들을 토로하며 『이제는 우리 지역민들이 김 당선자를 풀어놓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고 의미있는 다짐을 했다.
오랫동안 정권을 배출해온 영남지역 주민들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의 개막에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주민들은 『김 당선자가 그동안 무능한 정치권에 의해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도록 수준높은 정치력을 발휘해 줄 것』을 희망했다.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은 특히 김 당선자에 대한 이곳의 지지도가 유난히 낮았던 점을 거론하며 『이제 지역주민들 모두가 선거의 후유증을 깨끗이 떨치고 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이번 선거결과는 대승적 차원에서 볼때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과 충청·강원·제주 등 다른 지역주민들도 자신들 모두가 이번에 이루어낸 결과에 조금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차분히 앞으로 전개될 변화의 폭과 방향을 가늠해보는 분위기였다. 특히 충청지역 유권자들은 이 지역 표의 향방이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큰 몫을 했다는 자부심을 나타내면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지역감정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상준·유명상·최정복·송두영 기자>박상준·유명상·최정복·송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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