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공세앞에 아시아는 하나”/19세기말 20세기초 풍전등화의 한·중·일/안중근·쑨원·오카쿠라 3인의 운명개척 방안오카쿠라 텐신(강창천심·1862∼1913)은 1903년 영어로 발표한 팸플릿 「동양의 이상」에서 미술사적 관점을 통해 「아시아는 하나」라는 명제를 확인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동양의 우위를 주장하며 서양의 식민주의와 산업자본주의로부터의 해방을 꿈꿨다. 쑨원(손문·1886∼1925)은 러·일전쟁 이후 부상한 일본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일본과 중국이 공동의 동양문화(도덕과 인의)를 토대로 하는 왕도문화를 선양, 공리와 강권에 기반하는 서구의 패도문화에 대항할 것을 제창한다.
반면 안중근(1879∼1910)의 동양평화론은 아시아연대론의 「순수한」 뜻을 평가하면서 그것을 깨뜨린 일본을 비판한다. 특히 그는 국제정치 현실을 분석, 구체적 대안까지 모색하는 현실감각을 갖고 세력균형론을 구상했다.
19세기말 20세기초 한국 중국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혁명가였던 세 사람은 서구제국주의의 침략 앞에 맥없이 허물어져가는 동아시아의 운명개척 방안을 이렇게 제시했다. 당시 「동아시아」 「동양」이라는 개념은 결속력 강한 단일 정치·경제·문화권은 아니지만 서구의 공세 앞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는 공통의 처지에서 공동의 모색을 가능케 했다.
인하대 국문과 최원식(48) 교수와 연세대 사학과 백영서(44) 교수가 함께 엮은 「동아시아인의 동양 인식:19―20세기」는 이러한 모색의 양상을 3국별로 고찰한다. 이 책이 현시점에서 새삼 100년전 동아시아에 초점을 두는 것은 최근 우리 학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동아시아적 담론의 실체를 좀더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다. 동아시아적 담론이란 자본주의―공산주의의 이념대립이 마감되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체제 속에서 지금까지 소외돼왔던 동아시아적 전통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 서구 중심의 이론과는 다른 보편이론을 마련해보자는 인식의 틀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은 동양그룹 서남재단이 동양학 진흥을 위해 발간을 지원하는 「동양학 학술총서」 4번째 권으로 논문 한편 한편의 번역·교열은 각 분야 전문가의 손을 거쳤다. 문학과 지성사 발행, 1만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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