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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극복으로 신뢰회복을/김대중 당선자에 바란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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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극복으로 신뢰회복을/김대중 당선자에 바란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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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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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인 국민이 투표로 새 정권을 선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자 핵심이다. 그같은 원칙이 1948년 건국이래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 교체를 통해 이뤄졌다는 데서 김대중 후보의 당선은 뜻깊은 일이다. 이는 김당선자에게는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일 뿐더러 우리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투옥·탄압과 고행으로 점철된 김당선자는 정계에 입문한지 43년동안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왔다. 3대 국회의원 선거이래 네번째 출마하여 당선됐으나 5·16으로 좌절됐고 유신선포와 5·18조치로 망명·강제납치·연금·투옥 및 사형판결을 받고 재망명해야만 했다. 한때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그가 세차례 대선에서 고배를 든 끝에 이번 4차도전에서 대망의 영광을 얻은 것은 시련과 가시밭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집념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마침내 그를 선택하고 부른 것이다. 그러나 김당선자는 나라가 참으로 어렵고 험난한 시기에, 또 국가적 과제들이 산적한 때 국가의 경영을 맡게 됐다.

○무너진 경제살리기 화급

지금 우리의 경제는 졸지에 무너져 국가는 부도와 파산위기를 맞았고 국민은 좌절감·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1만달러를 넘는 국민소득, 세계 11위의 무역대국,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선진국이 됐다고 그토록 자랑하던 것이 정부와 위정자의 무능과 나태로 인해 경제가 붕괴되어 국제통화기금(IMF)의 간섭과 통제를 받는 3류국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한국이 전세계의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국민의 가슴을 무너지게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적 위기를 맞아 국민은 김당선자에게 난파선이 된 나라를 구하는 역사적 대임을 맡긴 것이다. 그의 오랜 정치적 경험과 국가지도자로서의 경륜을 믿고 평가한 것이다. 때문에 김당선자가 나라를 구하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선결해야 한다.

첫째 가장 시급한 것은 무너진 경제를 살리고 국제적 수준에 맞게 경제체질을 재편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현정부의 무기력증이 확인된 만큼 오늘 김영삼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협의, 실제 국정을 공동운영내지 주도해야 한다. IMF와의 합의준수를 확인하고 미국과 일본 등 우방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은 시의에 적절하다.

○지역극복으로 신뢰회복을

둘째는 국민 대화합이다. 우리 사회에는 오랫동안 누적된 지역감정과 계층간의 갈등대립으로 불신풍조가 팽배해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여전히 동서간의 지역주의가 재연됐고 또 차점자와 40여만표차로 당선된만큼 지역주의와 갈등·감정·경계심 등을 원만히 해소하고 반대파까지 끌어안는 대화합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제부터 한풀이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다음은 국민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서 국정을 운영하는 자세다. 아무리 훌륭한 국정계획도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이나 깜짝쇼로는 언제나 실패하게 마련이다. 국정계획을 국민에게 공개, 납득시킬 때 국민은 자연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넷째 역대정권이 말로만 떠들고 지키지 않은, 부정부패척결과 정경유착의 원천적 발본이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국정난맥과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암인 만큼 책임지고 척결해야 한다. 다섯째 얄팍한 지지율에 도취해 인기에 영합하는 국정운영을 배격해야 한다. 인기영합은 국정을 마비시키는 전시행정, 껍데기행정, 거품행정을 낳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대북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는 소위 가신정치, 측근정치를 절대로 막아야 한다. 청와대비서실을 대폭 축소·조정해 가신·측근들이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포진시켜야 한다. 아울러 역대 정권들처럼 친인척들이 두번 다시 국정과 이권에 개입하지 못하게 철저한 관리가 요청된다.

일곱째는 무너진 사회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도의가 무너지고 사회기강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은 권력층부터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법을 지키면 기강은 서게 되는 것이다.

○통치는 인사,연 벗어나야

여덟째는 바른 인사다. 사실 통치는 곧 인사다. 인사를 바르게 하면 통치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역과 학연편중인사는 금지돼야 한다. 또 적재를 골라 적소에 배치함으로써 1년∼10개월씩의 잦은 인사교체 역시 일체 삼가야 한다. 오늘날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은 현정부의 잦은 인사로 더욱 심화됐으며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홉째는 국민으로부터의 신뢰회복이다. 현정부 집권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실종된지 오래다. 약속위반에다 반성하고 개선하지 않는 거듭된 사과에 국민들은 염증을 갖고 있다. 약속은 곧 실천임을 보여줘야 한다. 끝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참된 리더십은 독선 독주하고 권위주의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다. 도덕성 진실성을 갖고 이끄는 것이야말로 강력한 리더십이다.

이제 온 국민과 세계는 김당선자가 펼칠 국정운영계획과 행동을 주목하고 있다. 오직 위국위민의 자세로 경쟁했던 이회창 이인제 후보를 비롯, 반대세력까지 포함한 모든 국민을 끌어안고 21세기를 위한 구국방략 등 일련의 집권청사진을 준비하고 당장 오늘부터 솔선수범해서 경제살리기에 나서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넓은 자세, 큰 정치, 큰 통치로 난국수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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