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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를 선택한 뜻은/김영명 한림대 교수·정치학(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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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를 선택한 뜻은/김영명 한림대 교수·정치학(전문가 진단)

입력
1997.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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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보여준 국민열망 정부교체 이상의 것/정경유착·측근정치 타파 새 역사 열어주길김대중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당선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 앞으로 국정의 일차적 과제라고 강조하였다. 이는 필자에게 상당히 놀라우면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최근 몇년 사이에 정부나 지식인들이나 일반 국민들 누구를 막론하고 경제위기의 극복만을 외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였는데 이런 분위기를 일신하고 민주발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 바라 반가운 마음이 앞선 것이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있어 보통의 국민과는 달리 경제회생보다는 김당선자가 주창한 민주발전을 더 큰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것은 어느 후보가 과연 경제를 더 잘 회생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갖기 어려웠던 현실적인 이유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목전의 경제회생에 대한 수사보다 30년이상 이 나라에서 누적되어온 정치경제의 구조를 뜯어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세대 교체」를 주장한 이인제 후보는 애당초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라 그 구호가 덧없어 보였다. 김대중 후보가 주장한 「정권 교체」는, 한국 역사상 처음 일어날 선거에 의한 정부교체와 수십년간에 걸친 경상도 지배의 종식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고려함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김대중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그것은 「정부」교체는 될지언정 「정권」교체는 되기 어려워보였다. 왜냐하면 김대중씨 자신이 정경유착과 측근정치로 얼룩진 진흙탕 속에서 그 진흙의 일부를 이룬 때묻은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한 지역의 패권이 종식되고 전라도 사람들의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리겠지만 똑같은 정경유착과 측근정치, 보스정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겨운 느낌 때문이었다. 게다가 거의 40년전부터 군사 쿠데타와 유신을 거치면서 한국의 정치를 얼룩지게 했던 김종필씨와의 연대라니? 더 나아가 집권하면 내각제를 하겠다니, 만약 그것이 성사된다면 그들은 말 한마디에 꼼짝 못하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일평생 중앙 및 지방정치를 주름잡지 않을 것인가? 게다가 김영삼 대통령이라고 내각제하에서 민주계를 재규합하여 새 정당 만들고 다시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있는가? 생각만 해도 숨막힐 일이었다.

이회창 후보가 주장한 「3김 청산」의 명분에 필자는 오히려 더 동의하였다. 3김정치가 상징하는 정경유착, 측근정치, 일인지배정치, 이합집산과 야합, 그리고 부정부패는 이 땅에서 뿌리 뽑혀야 한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결국 김대중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독자출마였지만 스스로의 결함 또한 큰 작용을 하였다. 그가 주장한 3김정치의 종식은 곧 집권 여당의 장기집권을 의미하게 되고 이런 점에서 민주발전에 흠을 가져올 소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선택은 보다 신선하고 깨끗한 후보에 의한 정권 교체였겠지만 누가 우리에게 항상 좋은 것만 가져다 준다고 했는가?

국민은 변화를 원했다. 국민은 3김청산보다는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그러나 김대중 당선자는 오해하면 안된다. 세대교체에 표를 던진 사람을 합하면 다수의 국민이 현구조의 타파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공통적으로 주장한 정경유착과 측근정치의 타파이다.

역설적으로 말해 김대중 후보는 이제 3김청산의 역사적 과제를 본인 스스로 떠맡은 셈이다. 본인이 강조한 민주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깨끗한 정치의 구현과 측근정치의 청산에 앞장서야 한다. 구태정치를 과감히 청산하지 못하면 그는 엄청난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 소수파 대통령으로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깨끗한 민주정치에 앞장서는 새로운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 고생한 동지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보다는, 또 자신의 정치기반이 된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보다는, 일부 원망을 듣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기용하고 참신한 인재들을 발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정치세대의 대연대를 이루고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화합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의 시대는 이제 구태의 정치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대통령의 실수를 교훈삼아 김대중 당선자가 과감한 당내 민주화와 깨끗한 정치의 구현으로 한국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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