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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김장권 숭실대 교수·정치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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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김장권 숭실대 교수·정치학(특별기고)

입력
1997.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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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이해·협조없인 불신의 벽 못허물어/새 지도자는 가슴열고 겸허한 자세 가져야대통령선거 준비기간인 올해 후기의 우리 사회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는 키워드를 들라면 「불신」이라고 해서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끝까지 이어진 폭로전과 비방속에 주요후보 3인은 서로 상처를 입히고 입었으며, 그 흙탕물 싸움을 통해 국민들은 세 사람 모두를 기본적으로 「불신」하게 되었다. 국치로서 기억될 IMF 위기를 맞게 된 근본적 이유도, 그 합의조항이 다른 나라에서의 경우보다 치욕적이고 구속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새 대통령은 대내외적인 「불신」의 사회분위기를 떠안고 가야하는 취약한 입지에서 출발하게 된다. 그리고 당분간 사정이 어려울 경제조건 속에서 IMF 상황이 요구하는 엄청난 개혁과 변화를 수행해야 한다. 급속한 변화는 사회 전체에 스트레스를 줄 것이며 국민들은 불안과 위축속에 매일매일을 보내게 될 것이고, 국민간의 상호불신과 반목은 물론 대정부 불신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이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대외적인 신뢰도 회복할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이미 세계경제의 전체 흐름과 깊숙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살아날 길이 없다.

이 위기를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새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이에 호응하는 사회 전체의 총합적 노력이 요구된다. 국민이 믿고 기꺼이 협력해줄 만한 국가 리더십의 확립이 가장 절실한 이 때 오히려 새 지도자는 불신과 흠집속에서 탄생하였다. 그러므로 이런 불신의 벽을 허물고 신뢰와 협력 위에 세워질 강력한 국가 리더십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 하는 것이 새 대통령의 가장 절박한 과제이다.

대내적으로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얻으려는 지도자의 겸허한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지만 그것은 과거처럼 허세와 권위주의에 기초한 리더십이어서는 안된다. 국제동향과 당면 국내상황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국민들에게 알리고 호흡을 같이 하면서 대화해 가고 동의를 구하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IMF 체제가 요구하는 정책의 투명성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러한 의미에서 국민들에게 사회상황을 제대로 알리는 일, 즉 사회교육에 대한 정책적 투자가 대단히 약한 나라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고지」하고 따라올 것을 촉구하였지, 정부가 하는 일을 정확하게 홍보하고 교육하고, 그리하여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소홀하였다. 그래서 최근의 위기 상황에서처럼 정부는 끝까지 발뺌하다가 갑자기 말을 바꾸고 국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어려움이 증폭되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새 대통령은 국민홍보 및 의견수렴, 그리고 사회교육 프로그램에 보다 많은 정책적 역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역량이 이만한 위기에 무릎을 꿇을 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힘을 한 곳에 제대로 모으기만 한다면 해낼 수 있다. 특히 우리 국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육열 못지않게 교육에 대한 감수성 역시 뛰어나다. 따라서 정부가 항상 국민과 함께 상황인식을 공유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를 갖춘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이렇게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협력을 얻는 자세가 필수불가결하지만 그것과 함께, 특히 짧은 시일내에 많은 변혁을 수행해야 할 때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이 정책당국의 탄력성 있는 정책운용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제적 변수가 경제를 비롯한 사회 사안 전반에 큰 비중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동향에 맞추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행정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IMF 상황에서는 국제동향과 국가정책, 그리고 국민생활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탄력성있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므로 대외·대내간의 유연한 채널연결과 행정부처간 조율 및 조정기능이 잘 수행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할 것이다.

뽑을 지도자가 없다는 허탈감, 증폭된 지역감정, 추락하는 경제, IMF의 치욕, 이 모두가 눈가림과 전시효과, 일부계층 편들어주기로 점철된 낡은 국가행정이 낳은 결과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솔직하게 가슴을 열고 협력을 구하는 지도자의 겸허하고 유연한 리더십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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