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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재탄생의 출발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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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재탄생의 출발로(사설)

입력
1997.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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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끝났다. 오늘의 국난을 극복하고 21세기로 향해 나라를 이끌 제15대 대통령은 탄생했다. 이제 승패를 떠나 모두가 겸허히 새 대통령을 앞장 세워 힘을 모으고 뒷받침해야 할 때이다. 이 순간부터 대선에 참여했던 전국 3,200여만명의 유권자와 후보들, 그리고 나라 전체는 한줄의 대오이고 또 한번 역사의 새 지평을 열 끈끈한 공동운명체인 것이다.새 대통령이 할 일은 이같은 국민들의 염원과 시대적 책무를 한데 엮어 화합과 창조의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일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의 국가파탄과 표류의 가장 큰 몫이 나라를 잘못 이끈 지도력 결핍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우리는 그걸 뼈저리게 실감해 왔다. 그 결과로 폴 새뮤얼슨의 표현처럼 지난 10여년간 이룩한 성장의 절반을 일거에 날려 버리게 될 참담한 오늘을 빚었다.

이런 질곡에서 벗어나 국가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갈가리 찢긴 갈등을 봉합하고 나라 안팎의 불안과 불신을 씻어내 신뢰의 기반부터 구축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공황증후군에 빠져 있다. 세계의 눈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우릴 쏘아보고 있다.

그래서 새 대통령은 지금 당장 세계 앞에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 우리에게 부여된 의무와 약속 준수부터 다짐해야 한다. 그리고 힘과 신뢰를 상실한 현집권체제를 사실상 대신해 이끌어야 한다. 현정권도 이미 새 대통령 당선자와의 협조적인 국정수행 방침을 밝힌바 있다. 정권인수위를 지체없이 발족시켜 임기 개시일을 기다릴 것 없이 국정을 주도할 태세를 보일 때 오늘의 불안·불신은 차츰 사그라들 것이다.

새 대통령은 지금 당장 IMF의 최대후원국인 미국에 못 갈 것도 없다. 오히려 임기 개시전에 앞질러 경제외교를 펴는게 경제난국을 푸는데 도움이 되고 극복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결코 불안에 빠져 절망할 때가 아니다. 기회로 선용해야 함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미국대공황 당시 실업률은 25%, 실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0%, 실질 임금소득은 40%가 넘게 감소했었다. 당시 대통령에 취임했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며 불안의 먹구름부터 거두고 뉴딜정책으로 국력을 결집해 국난을 극복했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새 대통령이 할 일은 명석한 통찰력과 식견으로 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국가적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 김영삼 정권의 비극은 문민과 세계화 시대가 나라 안팎에서 함께 열렸는데도 낡은 틀을 깨 새 시대정신을 발양하는데 실패한데 그 뿌리가 있다. 선진화 대열에 진입한다면서도 정 경 관 유착의 개발독재시대 체질을 청산 못했기에 근원적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눈앞의 정책수행에도 무능·무책임으로 실기를 일삼으며 위기를 키워 왔던 것이다.

새 대통령은 이제 우리가 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나아가는 앞길에 어떤 엄청난 고통과 희생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정직히 밝히고 고통분담을 양해받아야 한다. 개발연대를 벗어나 선진경제 모델을 정립하려면 금융개혁 및 산업구조조정의 아픔을 견뎌내면서 투명한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해야 하고,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과 교육혁신이 시급해졌음도 알려야 하는 것이다. 안보·통일청사진도 펴 보여야 한다.

새 대통령이 우리만의 지도자가 아니라 개방된 세계의 지도자가 되지 않을 수 없음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IMF긴급구제금융 성사를 위해 현직 대통령은 물론 후보들까지 함께 서명하지 않을 수 없었던 아픈 현실을 교훈삼아 국제관계에서도 나라를 훌륭히 대표하고 발언권을 유감없이 행사할 수 있는 자질과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안방대통령으로만 군림하던 시절은 지났다.

우리의 역사는 끝없는 좌절·도전·극복으로 점철되면서 면면히 이어져 왔다. 반만년의 역사에서 오늘의 국난이란 어찌 보면 짧은 고통의 한순간일 수도 있고 위대한 재탄생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가치 우리의 역사의지에 대한 투철한 소명의식과 확신이야말로 새 대통령이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또 다른 덕목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당선된 이 순간부터 우리 새 대통령은 그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위대해져야 할 당위를 안고 있음을 깊이 통찰해야 한다. 우리의 국가원수이자 새 지도자인 대통령이야말로 3,200만명에 이르는 한표 한표의 결집이요, 겨레의 염원 그 자체이며, 유구한 역사의지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의 당선을 우리는 진심으로 축복한다. 그리고 모두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화합과 창조의 지도력을 발휘해 줄 것을 거듭 간곡히 당부한다. 이제 국민들도 선거열기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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