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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지샌 새 대통령 탄생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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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지샌 새 대통령 탄생의 밤

입력
1997.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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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국민 숨죽인 “개표 대드라마”/TV에 쏠린 눈·귀 전국 불야성/수없는 희비교차 “이젠 새출발”제15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18일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간에 살얼음판 같은 승부가 밤늦게까지 이어져 국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특히 이날 개표시작을 전후해서 알려지기 시작한 언론사의 투표자 출구조사 결과 두 후보의 예상득표율이 1∼2%의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지면서 개표를 지켜보는 국민의 눈과 귀는 긴장감으로 터질듯 했다. 정당의 선거상황실도 팽팽한 긴장이 지속됐다.

이날 하오 6시 MBC는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실시한 지지율 예측결과를 인용, 김대중 후보 39.9%, 이회창 후보 38.9%로 발표하면서 양 후보간의 숨막히는 선두싸움이 시작됐다. 하오 7시8분 개표방송을 시작한 KBS는 포항북구 개표결과 이회창 1천70표(74%), 이인제 2백25표(13.6%), 김대중 1백39표(9.6%)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영남권의 리드를 바탕으로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후보에 박빙의 리드를 지켜나갔다. 그러나 하오 8시35분께 이회창 후보(39.9%·25만7천6백66표)와 김대중 후보(39.8%·25만7천54표)간 차이가 0.1%포인트차로 좁혀진 뒤 1분만에 김대중 후보가 27만1천3백29표로 이회창 후보 26만9천15표를 처음 역전한 이후 반전을 거듭했다.

이회창 후보가 1백만표 고지에 앞서 도달했으나 2백만표와 3백만표는 김대중 후보가 먼저 득표하는 등 예측불허의 혼전이 이어졌다. 밤 10시10분께 한동안 뒤지던 김대중 후보가 다시 이회창 후보를 추월하면서 이어 10여차례 순위가 바뀌는 상황이 이어졌고, 10시20분께부터 김대중 후보가 1위를 유지했다. 김대중 후보는 밤 11시께 처음으로 10만표의 차이를 벌리며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을 1%포인트 앞서 나가기 시작했으며, 19일 자정께는 18만표, 1·3 %포인트 리드했다.

양 후보간 득표율이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자 대다수 시민들은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회사원 김정균(31·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잠을 청하려 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는 스릴 만점』이라고 즐거워했다. 투표하러 서울에 왔다가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울역과 버스터미널을 찾은 시민들도 이회창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득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새벽까지 TV곁을 떠날 줄 몰랐다. 정태준(37)씨는 『열차시간이 30여분 남았는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너무 답답하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막차를 예약하는 건데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명동과 종로 등 서울 도심도 투표를 마치고 쇼핑이나 영화관람 등을 위해 나온 시민과 학생들이 술집과 커피숍 등에 삼삼오오 모여 TV를 보느라 밤이 늦은 것도 잊고 있었다. 정연주(24·여·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내가 찍은 후보가 5∼6분 간격으로 1, 2위 자리바꿈을 해 너무 불안하다』며 『TV를 아예 끄고 싶다』고 말했다.<황상진·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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