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해 온 뇌물방지협약이 우리나라 등 34개 참가국에 의해 공식 서명되었다. 정부는 뇌물방지협약에 서명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중에는 협약의 발효에 필요한 국회동의와 가칭 해외뇌물거래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이번에 서명된 OECD뇌물방지협약은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외국의 공무원과 국회의원은 물론 관련 공공기관 종사자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면 제공당사자와 관련기업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뇌물을 주겠다는 의사표시나 약속에 대해서도 뇌물죄에 해당하는 처벌은 물론 뇌물제공으로 얻은 이익에 상응한 금액을 몰수토록 하고 있다. 이 협약은 몇가지 협약당사국들의 후속조치가 뒤따르면 내년말부터는 국제적인 효력을 갖게 된다.
이 협약의 기본 정신이나 내용만으로도 이제 국제거래나 사업을 추진하면서 뇌물을 제공해 이득을 얻으려다가는 자칫 기업 자신의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이에 대응하는 우리 기업의 대비가 필요하고 정부의 입법과정에서도 우리 기업의 이해를 반영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사업이나 상거래와 관련된 뇌물수수는 국내건 해외건 부당하다는 것은 당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개도국이나 특정국가와의 거래에서는 뇌물요구가 공공연한 측면도 없지 않다.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뇌물을 건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70년대만 해도 외국기업들에는 한국은 공공연한 뇌물천국으로 여겨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뇌물방지협약을 계기로 선진국 기업들보다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도국기업들의 해외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불리해질 것이란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에서의 뇌물공여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고지할 수 있는 능력은 미국 등 이번 협약을 주체적으로 추진한 몇몇 선진강대국에 의해 독점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미국은 다른 나라가 뇌물제공 등 불공정경쟁을 함으로써 자국기업들이 94년 한해 동안 약 450억달러의 해외계약을 빼앗겼다는 자료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 자료는 미 CIA 등 정보기관이 취득한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 만일 우리 기업이 미국의 기업과 해외입찰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경우 우리 기업의 동태는 미국에 의해 낱낱이 감시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새로운 불공정 게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여하튼 뇌물방지협약의 서명은 세계적인 반부패운동의 서막이다. 어떤 경우든 뇌물을 통해 배타적이고 불공정한 이익을 얻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기업은 경쟁력과 기술력으로 승부를 한다는 경영자세를 다시 한번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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