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여일간 우리는 참으로 참혹한 감정을 체험했다. 무능력한 대통령, 무책임한 관료. 어떤 이는 가슴속에서 불덩이가 치미는 것을 이를 악물고 참았을 것이고 어떤 이는 뜨거운 눈물로 토해냈을 것이다. 자책 절망 분노, 그리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 그러면서 한시바삐 힘있는 대통령이 나와 이 혼돈을 잠재우길 간절히 소망했을 것이다. 내일 아침이면 우리의 소망을 담은 새대통령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아마도 그는 가장 먼저 이런 국민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싶을 것이다.그러나 새 대통령의 취임 일성으로 달콤한 말을 바라지 않는다. 근거없는 희망과 위로의 말에 국민은 지쳤다. 인기에 연연한 대통령은 절망만을 안겨주었다.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에게 솔직하기를 요구한다.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솔직하게 향후 수년간 국민에게 고통만을 강요할 수 밖에 없음을 털어놓기를 바란다.
아직 국민들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쓰라림을 충분히 실감하고 있지 못하다. 실업과 물가고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가혹한 생활고로 도처에서 울부짖음이 터져나올 것이다. 대통령은 그러나 이를 악물고 국민들을 환골탈태하는 고행의 길로 인도해야 한다. 그래서 새 대통령이 이런 선언을 했으면 한다.
『나는 여러분에게 달콤한 말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나의 재임기 전반은, 혹은 전기간에 걸쳐 여러분께 고통만을 요구하게 될 지 모릅니다. 나는 국가의 회생을 위해 필요한 가장 가혹한 처방을 내리겠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에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밝히고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나의 임기가 끝났을때 우리 경제가 든든한 반석위에 서고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는 말을 듣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이 이같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박빙의 승리일 것이다. 경쟁자중에는 패배가 억울하다고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과감하게 난국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경쟁자들의 완벽한 승복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신 앞장서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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