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황홀한 의상대 해돋이/철지난 용화해변 송림에 비낀 일출/소원을 이뤄준다는 문무왕릉 해맞이/겨울철 동해는 여명이 넘실댄다하루 하루를 넘기는 일이 힘겹기만 하다. 위기에 놓인 국가의 앞날이 모든이의 희망을 앗아간다. 97년 한 해는 어느 해보다 잔인한 해로 기억될 것같다. 사는 일이 고단하고 팍팍하게 느껴질 때 사람들은 자연에 기댄다. 「그래도 해는 떠오르고, 삶은 계속된다」. 너무나 자명한 이 이치가 때로는 위안이 된다. 동해안의 최북단 거진항에서 남부의 감포까지 떠오르는 해를 따라 희망찾기 여행을 떠나본다.
동해안 해맞이 여행은 강원 고성군 거진항에서 시작된다. 거진항은 규모가 작은 대진항을 빼면 동해 최북단의 항구. 거진항 방파제에서 짙은 감청색 바다 위로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를 뚫고 치솟는 해를 바라보노라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경이로움은 잠자던 희망을 다시 일깨운다.
겨울의 일출은 여름과는 사뭇 다르다. 여름의 일출은 풍성한 색채의 향연이다. 일렁이는 파도위로 둥글고 붉게 퍼져오르는 해를 품안에 안아볼 수 있다. 겨울의 일출은 오히려 장엄하고 웅장한 맛이 더하다. 방파제 북쪽 해안에는 촛대바위, 무당바위, 미륵바위 등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다. 검은 자갈로 된 해변을 따라 걷는 산책도 낭만적이다. 거진항 주변에 늘어선 황태덕장의 통나무 위에 매달린 명태는 겨울바다의 진한 서정을 그대로 전한다.
거진항에서 대진항과 마차진을 거쳐 9㎞쯤 올라가면 통일전망대가 나온다. 맑은 날이면 금강산의 만물상과 신선대, 옥녀봉, 구선봉이 눈에 들어온다. 고향땅이 가까운 곳에서 새해를 맞으려는 실향민은 연말이면 거진항으로 향한다.
양양군 낙산사의 의상대에서 바라본 일출은 관동팔경의 으뜸으로 꼽힌다. 이제는 너무 잘 알려져 별 다르지 않은 것으로 넘기기 쉽지만 다시 찾을 때마다 감동은 새롭다. 낙산해수욕장에서도 의상대만은 못하지만 황홀한 일출을 만날 수 있다. 양양군은 31일과 98년 1월1일 새해 해맞이 축제를 연다. 31일 하오 5시 촛불행렬로 시작되는 해맞이 축제는 낙산사 대법회, 등달기, 횃불잔치 등의 행사로 진행된다.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에 있는 추암리해금강에는 사진작가를 비롯해 일출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가슴에 남기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촛대바위 사이로 솟아오르는 붉은 해는 잠시 말을 멈추게 한다. 규모는 작지만 고려 공민왕 때 건립한 해암정과 조물주가 빚어놓은 듯한 기암괴석들이 빼어난 자태를 뽐낸다. 인근의 골깊은 무릉계곡에는 두타산과 청옥산 등 태백산맥의 줄기가 흘러내린다.
호젓한 해맞이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장호해수욕장과 용화해수욕장을 찾으면 된다. 강릉에서 포항까지 동해를 끼고 달리는 7번 국도에서 가장 아름다운해변이 이곳이다. 용화해변은 반달처럼 깊숙하게 들어앉은 해안선과 소나무숲의 향기, 한적한 분위기가 좋다. 용화해변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으면 장호해변. 방파제 끝의 하얀색과 빨간색의 등대가 인상적이다. 철지난 해변의 정취를 맛보며 해맞이의 감동을 함께 할 수 있다.
7번 국도를 따라 동해 남부로 내려오면 경북 울진군 평해읍에 위치한 월송정을 만난다. 백암온천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한 월송정은 관동팔경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 송림에 둘러싸인 월송정에서 일출을 보고 인근 구산해수욕장의 백사장을 해풍을 맞으며 걸어보는 것도 좋다.
월송정은 흰모래와 울창한 솔숲으로 옛부터 이름이 높았다. 신라시대에는 화랑들이 호연지기를 키웠고, 고려시대 이후에도 수많은 시인묵객이 머물던 곳이다. 가까운 백암온천에 들어 언 몸을 온천욕으로 풀 수도 있고 불영계곡, 성류굴, 망양정 등 주변의 명승지를 돌아볼 수도 있다.
동해안 해맞이 여행은 경북 경주시 감포에서 끝을 맺는다. 감포항과 대본해수욕장은 전망이 탁 트여 일출명소로 이름나 있다. 문무왕의 수중릉인 대왕암 이 있는 곳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면 문무왕의 영험에 힘입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대본해수욕장은 모래 대신 둥근 돌이 깔려 이색적이다. 해수욕장 주변의 감은사지터와 유물전시관이 있어 답사여행지로도 제격이다.<김미경 기자>김미경>
◎해맞이여행과 함께하는 별미기행/거진 생태찌개·감포 과메기회 등 해안선 따라서 겨울진미 “풍성”
거진항에서 감포까지 해맞이 여행지를 따라가면 겨울철 동해안의 별미란 별미는 다 맛 볼 수 있다. 너무 귀해 금태로 불리는 거진항의 생태에서 감포와 구룡포의 복과 과메기까지 항구마다 제철을 만난 고기들이 계절의 입맛을 돋운다.
거진항의 생태찌게는 갓 잡아올려 눈빛이 살아있는 생태를 툭툭 토막을 치고 형체를 그대로 살려 냄비에 안친다. 파, 무, 고춧가루 등 담백한 양념과 소금간만으로 맛을 낸 생태찌게는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과 부드러운 생태살이 어울려 맛이 그만이다. 거진항 방파제쪽 소영횟집(0392―682―1929)에서 생태찌게의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생태찌게는 1인당 6,000원. 자연산 광어회는 1㎏에 3만원. 활어도매도 겸하며 인근 용평스키장과 진부령스키장 근처 식당에 생태를 공급하고 있다. 주문진항에는 생태를 대신하는 양미리가 있고, 영덕 근처의 강구항에는 집집마다 수북수북 쌓아놓은 큰게를 만날 수 있다.
감포는 연안 정치망에서 잡힌 복이 제철이다. 감포항의 은정횟집(0561―775―7722)은 30년 동안 복요리를 전문으로 해왔다. 참복은 횟감으로 1㎏에 15만원. 한접시에는 1만5,000원. 밀복은 탕을 끓여 내놓는데 1인분에 1만원. 복지리도 1만원. 서비스 안주로 멸치회와 과메기회를 내놓는다. 복과 함께 감포와 인근 구룡포 사람들이 즐기는 것으로 「과메기」가 있다. 과메기는 꽁치를 냉동 건조시킨 것. 날것으로 먹으니 「과메기회」라고 해야 정확하다. 차디찬 겨울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군고구마처럼 말린 꽁치는 북어처럼 쭉쭉 찢어져 술안주로 제격이다. 제대로 말린 것은 비린내도 없고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서울 촌사람」은 모르는 경상도 사람만의 겨울철 별미다. 과메기회는 손에 들고 그냥 먹기도 하는데 초고추장에 찍어 미역에 싸먹는 게 제격이다. 송도식당(0561―44―3161)에서 과메기 한 두름(20마리)을 5,000원에 판매한다.<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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