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지원이후 금리와 환율 폭등, 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투자사업을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이들 기업은 특히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회수 압박, 해외 현지금융기관의 가산금리 요구 등으로 자금조달 길이 막히자 투자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성사단계에 이른 외국업체 인수를 백지화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최근 추진중이던 베트남 타이어공장 인수를 전면 유보키로 했다. 이는 14일 홍건희 사장이 경영여건 변화 등을 감안,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영국 윈야드에 내년부터 7억5,000만달러를 투자, 팩시밀리 PC 공장을 건설키로 한 계획을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 신세길 삼성그룹 구주본사 사장은 최근 『95년 TV, 모니터 생산라인 건설에 이어 내년부터 윈야드지역에 2기투자를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자금사정 등을 감안해 이를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전자도 지난해 스코틀랜드지역에 총 40억달러를 투자, 64메가D램 반도체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내년 12월말까지 1차로 14억달러만 투자하고 2, 3차 투자는 당분간 보류키로 했다.
삼성종합화학 한화종합화학 등 6개사가 추진중인 호주 필버라유화단지 조성사업도 사실상 포기한 상태. 이들 업체는 내년초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자금조달문제 때문에 순조로운 투자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금융기관의 수출환어음 매입 중단 등으로 원유도입에 차질을 빚고 막대한 환차손에 시달리고 있는 정유업계도 해외사업 재조정작업에 들어갔다.
SK는 중국 선전(심천)에 하루 10만배럴규모의 정제시설과 4만배럴짜리 중질유분해시설 등을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정부의 허가 지연,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투자를 2,000년이후로 미룬 상태다. 쌍용정유도 중국 산둥(산동)성에 정유공장 및 중질유분해 탈황시설을 건립키로 했으나 역시 2,00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금호는 중국 나프타분해공장 증설 및 중남미지역 타이어공장 건립계획을 99년 이후로 미뤘다. 금호는 국내외 경영여건의 악화로 이미 완공된 중국 난징(남경)·텐진(천진)의 타이어공장 정상가동에만 치중하고 당분간 신규투자는 자제한다는 방침이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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