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여론조사 주도 세몰이 악습 사라져/지역주의·정당간 비방흑색선전 구태는 여전이번 15대 대선은 한마디로 미디어 선거였다. TV토론회와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주도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선거기간 내내 세인들의 관심사는 TV토론회에서 누가 어떤 말을 했고, 현재 여론조사 지지도에서는 누가 앞서고 있는가라는 것들이었다.
이처럼 TV토론회와 여론조사는 과거의 악습들을 상당 부분 일소, 선거문화를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불법·탈법선거의 주범들인 금품살포 선심관광 사조직동원 관권개입 등이 역대 선거에 비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는게 선거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이다.
특히 이번 대선을 통해 처음 걸음마를 시작한 TV합동토론회는 유권자들이 안방에서 차분하게 후보들을 비교·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즉 과거 대선의 경우 유권자들이 바람몰이에 동원되고 끌려다니는 「수동적 군중」이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TV와 언론매체들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는 「능동적 주체」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간 흑색선전과 후보자 상호간 비방·폭로전은 과거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달라진게 전혀 없었다. 더욱이 이러한 저질 이전투구들이 각종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면밀한 여과없이 유권자들에게 전해진 경우도 있었다.
TV합동토론회의 경우 각 후보들은 의견개진이나 비전제시 등을 통한 정책대결을 벌이기보다는 상대방의 약점만을 들쑤시는데 급급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때문에 진정한 자질검증보다는 후보자들의 언어적 순발력이나 순간 이미지 등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오점도 남겼다. 특히 과거 흑색선전은 주로 사조직이나 제3자를 통하는 최소한의 틀속에서 이루어졌던데 비해 이번에는 후보자 본인이나 정당이 직접 앞장서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개별 언론사들의 경쟁적·마구잡이식 TV토론회도 문제점으로 떠올랐고 일부 패널리스트들의 자질과 질문방식, 형평성 등에서도 미숙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역대 선거의 가장 고질적 병폐였던 지역주의가 이번 선거에서 없어지지 않았던 점도 지적된다.
출처와 신뢰도에 의심이 가는 일부 부실 여론조사들이 횡행, 조작시비를 낳기도 했다. 정확한 여론조사의 경우도 선거를 지나치게 도식화, 이로 인한 불필요한 소모전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이밖에 TV광고나 찬조연설 역시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네거티브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는 평이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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