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마침내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 이날을 그토록 고대해 온 까닭은 새 지도자가 누가 될지 때문만이 아니다. 국가부도라는 벼랑끝에 몰려 있는 한국경제가 방향을 틀 전환점이 마련되고, 비탄과 걱정에 잠겨 있는 국민들을 추스려 위기를 헤쳐나갈 힘의 구심점이 생기기 때문이다.이날로 현 정권은 사실상 시효를 다하게 될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부터라도 당선자에게 난국타개를 위한 권력의 백지위임장을 주기바란다. 이는 경제적 파탄을 초래한 현 정권이 마지막으로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집권초기 하늘을 찌를 듯한 지지를 받던 YS정권의 말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경제 용어로 풀이한다면 정권의 「독점성」때문이 아닌가 한다. 정치면에서 YS정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수 민주계와 PK, 현철씨 인맥에 의해 권력이 독과점됐다. 야당의 존재는 김대통령이 궁지로 몰린 말기에 와서야 영수회담이 첫 성사됐을 만큼 철저히 무시됐다. 민주화를 연 대통령이라고 자랑하면서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군사정권때만큼도 지켜지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YS정권 출범과 함께 탄생한 재정경제원은 모든 부처위에 군림하는 경제의 권부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 그 재경원장관은 충성심에 충만한 YS 경제가정교사 출신들의 자리였다. 한국경제의 고질병인 재벌의 경제력 독점현상 역시 개선되기는 커녕 더 악화했고 이런 독점과 독선의 결말이 IMF체제라는 대재앙이었다.
새로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승리의 영광이 아니라 숨이 끊어져가는 경제를 하루빨리 소생시켜야 하는 고행뿐이다. 당선자는 축배를 뒤로 미루고 즉시 난국타개를 위한 단호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당선자에게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고통분담에 나설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자기를 희생하는 헌신적 지도력이다. YS의 실패를 반추하는 것은 그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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