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관 ‘유착 자본주의’ 부채의존체질 초래/과감히 개혁해야 생존/타임지 12월22일자주식회사 일본에 불길한 초침소리가 들리고 있다. 6년간의 경기침체에 뒤이어 이 세계 2위의 부자나라는 아시아 경제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주 한국이 지급불능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일본인들은 그들의 지도자들만 바라보고, 외국 투자가들은 일본이 환태평양의 경제시스템을 뒤흔드는 지진에 완충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4개 주요 금융기관이 지난달 쓰러졌고 엔은 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라가는 것은 파산, 실업, 자살률 뿐이다. 수십년간 경제를 혼자 주도해 온 정부는 방향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계속되는 추락을 지켜보면서 일본 국민의 불신감은 커지기만 한다. 일본은 한국에 최소한 240억달러가 물려있을 뿐만 아니라 더이상의 원화 하락은 자동차 철강 전자제품 등 일본 상품이 수출시장에서 한국산과 경쟁하기 어렵게 만든다. 내년에 예상되는 경기후퇴의 늪에 일본을 더 깊이 밀어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세계 금융위기의 중요한 방어벽은 여전히 일본이다. 막대한 외화를 보유하고 있고 아·태지역의 최대 투자국이다. 한국은 일본이 빚을 연기해 주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그러나 2,500억달러의 악성 국내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은행들은 「밑빠진 독」상태인 한국에 더이상 위험을 무릅쓸 수 없는 형편이다. 일본은 바로 이번 위기를 유발한 경제모델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금융인들은 일본 금융 시스템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부채 의존체질이라고 본다. 세계 경제체제는 한국의 국가부도를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나 일본의 파산은 전 세계를 곤경에 빠뜨릴 것이다.
여러면에서 한국의 위기는 일본에도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두 나라 경제는 낡은 정치집단, 관료, 기업가 등 부정한 삼위일체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이러한 「패거리 자본주의」는 국가에 견디기 어려운 부채만 쌓아왔다. 재벌의 연쇄 도산이 부실채권 탕감을 떠안은 은행들에 타격을 입힌데서 한국의 위기가 왔다. 한국의 10배에 가까운 4조2,000억달러인 일본경제의 파산은 미국까지 위협하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될 것이다.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와 달리 일본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재정과 사회자본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국이고 가정의 자산합계만도 11조달러에 이른다. 일본의 진짜 걸림돌은 낡은 체제를 옹호해 온 관료와 정치가들이 과감하고 즉각적인 개혁을 수행할 용기가 있는지 여부다.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일본은 부실은행을 폐쇄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공공자금을 신속히 사용하면서 모든 매각가능한 자산을 정리하는 미국식 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일본 관료들은 아직도 시장의 현실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 히도쓰바시(일교)대학 경제학과 나카타니 이와오 교수는 『자민당과 대장성은 지금도 부실채권의 총규모를 숨기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당장의 전망은 어두워도 환상에서 깨어난 새 세대 정치인·관료·기업인들에 의해 변혁은 이미 진행중이다. 국제화하고 독립적인 이들은 일본 주식회사의 거미줄같은 규제망을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고 민간운동을 주도하며 새로운 기업을 시작하는 등 낡고 경직된 방식에 도전하고 있다.<정리=신윤석 기자>정리=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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