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인 일본도 최근 금융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일본에서는 패전후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는 「부도신화」마저 깨뜨리며 거대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붕괴됐다. 일본의 불투명한 금융시스템에 대해 가뜩이나 불신감을 나타냈던 국제시장에서는 엔화가 폭락하는 등 일본으로서는 비관적이고 충격적인 사태가 이어졌다. 현재 일본 정부는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막기위해 위기감 속에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런데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일본사회의 위기관리 능력이 정말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간단한 사례 한토막. 지난달 25일 상오 도쿄(동경)주재 한 한국기업에 야마이치(산일)증권의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회사가 사정에 따라 자진폐업하게 돼 대단히 죄송합니다. 귀사의 단기금융자산투자신탁(MMF) 자금 1억5,000만엔에 대해 상의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기업의 직원은 그의 정중하고 믿음직한 태도에 내심 감탄하며 다른 계좌에 현금으로 입금시켜 달라고 요구했더니 다음날 바로 이행됐다.
일본 4대 증권의 하나인 야마이치증권의 도산은 일본으로서는 국가가 휘청거리는 「큰 일」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한 치밀한 「공작」을 수행했다. 우선 야마이치의 자진폐업을 유도하고 발표일을 3일 연휴가 시작되는 22일로 잡았다. 그리고 3일간의 연휴동안 예금자 보호조치 등 완벽한 충격완화 장치를 마련, 25일부터 고객의 돈을 돌려줄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말로 거대 증권사 야마이치가 쓰러진 것인가 하고 의심할 정도로 혼란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같은 모습은 회사가 도산하자 직원들이 처우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업무를 거부한 한국의 모 증권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또한 아무런 대책없이 종금사를 처리해 국내외 투자자를 끝없는 불안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한국정부의 조치와도 사뭇 다르다. 바로 위기관리능력의 차이이다.<도쿄>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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