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란하게 구사된 사회적 방언에 즉물적으로 다가온 현대의 풍속「옛날 이야기Ⅳ」(「작가세계」 겨울호)는 작가 윤영수가 최근 내놓고 있는 다시 쓰는 민담 연작 가운데 성공적인 작품이다. 「옛날 이야기Ⅳ」의 경우, 「햇님 달님」이라는 설화의 주요 모티프를 유지하되 그것을 현대사회 풍속 한가운데 배치한다. 호랑이한테 떡장수 어머니를 잡아먹히고 궁지에 몰린 오누이가 여기서는 타락한 도덕적 환경에 속절없이 노출된 오누이로 바뀐 식이다. 이러한 다시 쓰기에는 물론 패러디의 충동이 있다. 윤씨의 목표는 원본 자체에 대한 비판적 주석이 아니다. 원본의 친숙함을 이용하여 현대의 풍속에 새로운 각성을 유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소설은 호안희라는 인물이 떡장수 명옥 엄마와 그녀의 아이들이 세들어 살던 집의 지하실에서 죽은 이후 여러 인물이 그들을 두고 하는 발언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형식에서 사람들 각자의 말은 대상인물에 대한 증언 구실을 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도덕적 현실을 예시하고 있다. 식당 여주인에서 방송국 기자에 이르는 그 다양한 인물들의 말은 사람 사는 풍속을 즉물적으로 느끼게 한다. 작중에서 문제가 되는 도덕적 타락은 억지, 거짓, 무례함, 난폭함 등으로 점철된 그 말과 구별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옛날 이야기Ⅳ」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말을 모사하는 재능이다. 작가는 세대, 직업, 계층, 성별, 제도에 따라 분화된 사회적 방언에 통달해 있으며, 그것을 적합한 맥락에서 수다스러울 정도로 능란하게 구사한다. 그처럼 사회적 방언들의 소음에 민감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소중한 작가적 덕목이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인간 사회 내부의 차이에 대해 열려있는 감각이며, 그러한 감각은 인간현실에 대한 모든 획일적 규정과 싸우는 소설적 노력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문학평론가·동국대 교수>문학평론가·동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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