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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한 정부/유승호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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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한 정부/유승호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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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원이 15일 밤 환율변동폭제한을 전격 폐지키로 하자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불과 몇시간전에 결코 검토한 바 없다더니…. 몇번씩 속고도 믿었던 게 바보짓이었다』는 자책과 『이틀밖에 안남은 정부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재경원은 9개 종합금융사 업무정지후에도 『더 이상 없다』고 거듭 밝혔으나 1주일후 5개를 추가로 전격 업무정지시키고, 『은행 폐쇄에 대해 거론한 적 없다』고 하더니 『2개 은행 정상화가 이뤄지지않으면 폐쇄시키고, 둘 중 하나는 외국은행에게 넘기겠다』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이면계약을 뒤늦게 발표했다.

문제는 이같은 말바꾸기가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 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오히려 실정을 감추기 위한 잔꾀라는 인상이 짙다. 재경원은 IMF협상후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위해 많은 것을 양보할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을 설득하기 보다 『협상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에 바빴다. 재경원은 「성공적인 협상」을 발표한 후 이를 지키는데 급급, 협상내용들을 털어놓지 못했다.

한마디 거짓말이 또다른 거짓말을 낳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동안 국내 금융시장은 온갖 루머와 혼란에 휩싸였고 결국 정부의 대내외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16일에도 정부는 변함없다. 이날 대통령주재 경제대책회의에서 『반IMF와 반미국 감정을 억제시키고 언론의 국수주의 논조를 자제시켜야 한다』는 「홍보전략」을 보고했다. 『어쩌다 이 지경을 만들어 놓았나』 『앞으로 더 내줄 것은 무엇인가』라는 책망과 비탄을 국수주의와 반미감정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IMF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치권만으로 족하다.

정부가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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