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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도 나만큼 어렵겠죠”/IMF극복 이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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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도 나만큼 어렵겠죠”/IMF극복 이웃사랑

입력
1997.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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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나홀로 차량 먼저 “같이 탑시다”/지체장애인 30대 100만원 이웃돕기 성금/충무로 분식집 아줌마 “김밥·라면값 안올려요”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따스한 마음들이 혹독한 IMF한파를 녹이고 있다.

그동안 모두 앞만보고 내달리면서 「나홀로 주의」가 만연했던 각박한 사회분위기가 최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나라살림이 어려워지면서 뜻밖에도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의 처지를 격려하는 예전의 인정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4천5백세대가 살고있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 아파트내 마을버스정류장에는 요즘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 단지 위에서 내려오던 승용차들이 거의 예외없이 멈춰서 추위에 발을 구르고 서있는 주민들을 태워 지하철역이나 시내버스정류장까지 태워준다. 보름전만해도 이런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

주민 김윤대(31·인테리어업)씨는 『전에는 손을 들어도 대부분이 그냥 지나쳤는데 요즘은 오히려 자가용운전자들이 먼저 차를 대고 태워준다』며 『매일 절약되는 마을버스요금 2백50원을 모았다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으로 낼 생각』이라고 흐뭇해했다.

2급 지체장애인인 이재철(37·상업·인천 계양구 병방동)씨는 16일 오랫동안 자신을 돌봐주고 결혼까지 시켜준 주민들이 고마워 『동네 무의탁노인 돕기에 써달라』며 동사무소에 1백만원을 기탁했다. 이씨는 『모든 사람이 다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은혜를 갚을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4가에서 「맛나」분식점을 하는 김인순(45·여)씨는 요즘 재료비 등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지만 1천8백원과 1천5백원하는 라면값과 김밥값을 올리지 않았다. 요즘들어 부쩍 어깨가 처진 인근 직장인들의 모습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월급도 떨어지는데 점심값 부담이라도 덜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김씨는 말했다.

감원대상이 될까봐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직장분위기도 이제 오히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아직 안 잘렸느냐』는 농담에서 시작해 『곧 좋아지겠지, 기죽지 말고 힘내라』는 격려로 끝나는 친구와 직장동료들의 안부전화도 부쩍 늘었다. 구내식당이 없는 회사에서는 동료들이 점심도시락을 놓고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전에 없던 풍경이다. 회사원 이원환(32·현대상선)씨는 『감원과 감봉이 특정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동료끼리 터놓고 얘기하며 기운을 북돋워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도 20일부터 새해 1월26일까지 전국의 농협과 (주)우리밀 대리점 등을 통해 우리밀제품을 최고 20%까지 파격 할인판매키로 함으로써 가계돕기에 나섰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환율인상 등으로 수입밀 가격이 40∼60%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익을 덜 남기고 우리밀을 대량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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