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제도가 16일부터 자유변동환율제로 바뀌었다. 정부의 뜻이기 보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자 그대로 환율의 결정을 완전히 시장에 내맡기는 것이므로 지금까지 하루 변동폭을 상하 10%로 제한해 왔던 제한적 변동환율폭보다는 가격진폭이 크게 돼있어 그 만큼 위험부담이 커지게 됐다. 그러나 위험부담의 증대 가능성이 오히려 매매쌍방에 대해 제한된 변동환율제보다 더욱 신중을 기하게 함으로써 환율의 안정을 기하는데 보다 유리하다는 반론도 있다.자유변동환율제는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는 실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이번에 그 만큼 앞당겨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결정된 것이므로 앞으로 대가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정착시키는데 우선을 둬야겠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 외환시장이 지금은 정상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원리는 거래가격과 양을 수요와 공급에 맡겨 합의가 이뤄지는 선에서 결정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원리가 합리적이라 해도 수요와 공급력이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 때는 시장에서 이뤄지는 균형이 불평등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수급 사이에 수차례 조정이 이뤄져 결국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것을 받아들이려면 값비싼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유변동환율제는 우리에게 이러한 위험성이 있다. 우리의 외환시장은 구조적으로 심한 불균형상태다. 외환의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다.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여유가 없다. 나라부도 여부가 세계적인 초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IMF 등 국제금융기관과 미국, 일본 등의 지원이 약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부도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이러한 수급불균형상태의 시장장세에서 결정되는 환율이 적정하리라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국제금융기관의 외환제공에 차질이 날 경우에 환율이 얼마나 오를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더욱이 우리도 환선물시장이 있기는 하나 선진국처럼 발달돼 있지도 못하고 그 운영이 능란하지도 못하다. 위험성이 그 만큼 더 크다. 잘못하면 경제 그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자유변동환율제가 실시된 첫날인 16일 환율이 1달러 1,643원70전에서 1,350원까지 내려갔다가 1,400원선으로 반등했다. 환율이 대폭 내린 것이다. 환율인하는 국제금융기관의 외화지원 이행약속, 증시의 반등세, 금융시장의 안정기미, 대선의 임박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의 전망 등이 여전히 불투명하므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신뢰할 만한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외화보유고의 증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외환시장에 개입할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선물시장을 개발하고 운영기법을 향상시켜 환율격동의 위험도를 극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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