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입대상서 제외… 회교권선 “친이스라엘” 비난터키가 처량하게 「미운 오리새끼」 신세가 됐다. 유럽연합(EU)과 아랍권 양쪽에서 치여 도무지 되는 일이 없다.
터키는 오랜 숙원인 EU 가입이 끝내 좌절됐고 친이스라엘 노선탓에 회교권국가들로부터도 배척당해 기댈 곳이 없어졌다.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 지역 「맹주」로 발돋움하려던 꿈을 실현하기는 커녕 점차 블록화하는 세계 무대에서 외톨박이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터키는 13일 EU 정상회담에서 확정된 신규 가입협상 대상국 명단에서 가입을 희망한 나라들중 유일하게 제외됐다. 「적성국」이었던 동유럽과 구소련 연방국들까지 다 받아들이는 판에 오랜 맹방인 자국만 빼놓은 데 분노한 터키는 즉각 EU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EU는 터키에 대한 가입거부 이유로 쿠르드족 인권탄압, 경제여건 부실 등도 내세웠지만 핵심은 키프로스 문제를 둘러싼 그리스와의 갈등이다. 남북이 각각 그리스계와 터키계로 나뉘어 틈만 나면 「모국」까지 얽혀 싸움질을 벌여대는 키프로스는 유고내전 이후 유럽의 최대 골칫거리다.
EU는 최근 유엔 중재로 진행된 평화협상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그마저 지지부진하자 결국 터키를 버리고 그리스계 남키프로스를 1차 가입대상국에 포함, 회원국인 그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일부에서 터키를 예비교섭 대상국에라도 넣자고 제의했으나 그리스의 결사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400년간이나 터키의 지배를 받은 경험에다 지금도 힘에서 밀리는 그리스는 유일한 「방패」인 EU에 터키가 들어온다면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버텼다는 후문이다.
터키는 11일 폐막된 회교회의기구(OIC) 정상회담에서도 이스라엘과의 군사협력관계 때문에 성토를 당했다. 회교권의 공적인 이스라엘 규탄의 불똥이 튄 것이지만 탈냉전 이후 친미노선에서 탈피, 회교권 환심 사기에 공을 들여온 터키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테헤란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숙적」인 이란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도 터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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