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 수지무역·여행적자 동반개선 뚜렷/환율하락달러수요 많은 날에 폭락 주목경상수지가 4년에 가까운 적자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환율이 하한가까지 폭락한 것은 국가부도위기 탈출에 청신호로 평가된다.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달러부족과 환율폭등은 본질적으로 경상수지 적자에 원인이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보다 밖으로 나가는 달러가 많다는 뜻이다. 유출(수요)이 유입(공급)을 초과할수록 달러값(환율)은 오르게 되고 외환보유고는 감소한다. 우리나라가 처한 국가부도상황도 결국은 94년이후 4백98억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누적적자 탓이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는 몇십억달러의 구제금융이나 외국인 주식·채권투자자금이 들어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경상수지가 건실한 나라에서 외환위기란 있을 수 없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협조융자도 경상수지 적자하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은은 지난달 경상수지를 「반짝흑자」 아닌 「기조적 개선」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 무역수지가 뚜렷이 개선된다는 점이다. 환율상승에 따른 주력품목 호조속에 수출은 지난달 5.3%, 연간 5.7%의 신장을 기록한 반면 수입은 설비투자·소비침체로 연간 1.7%, 지난달에는 11.7%나 감소했다. 이같은 수출활력, 수입침체 양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두번째 이유는 경기침체와 환율폭등으로 해외여행 조기유학·연수붐이 꺼져 여행수지가 30개월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무역외수지의 개선추세도 뚜렷하다는데 있다.
한은은 이달에도 약 3억달러의 경상수지흑자를 예상했다. 김영대 한은이사는 『현 추세라면 금년 경상적자는 1백23억달러, 내년에는 IMF가 요구한 50억달러 방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거품을 동반한 80년대말의 경상수지 흑자와는 달리 IMF의 「강력한 구조조정·긴축프로그램」하에서 경상수지가 개선된다면 환율하락→외환보유고확충→대외신인도회복→외채감소로 이어져 국가부도위기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16일 외환시장의 움직임도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이날은 결제수요가 몰리는 주초인데다 특히 월중 금융기관 단기외채상환규모가 가장 많은 날이어서 객관적 정황으론 폭등했어야 옳다. 하지만 환율은 당국의 시장개입 없이도 하한가 가까이 떨어졌다.
이날 외환시장에는 경상수지흑자 및 외화유입 등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면서 「폭등기대심리」가 「폭락우려심리」로 전환, 달러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개미군단(개인)들이 은행창구에서 보유달러를 대거 팔아치움에 따라 환율은 하오 4시이후 1백원이상 폭락했다. 한은당국자는 『현재의 환율에 거품이 많다는 것, 또 불안심리만 진정되면 수급불균형을 감안해도 환율은 더 떨어질수 있고 나아가 폭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외환위기의 객관적 여건엔 변화가 없다. 해외신용도는 여전히 나쁘고 자금유입일정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적어도 대선직후까지 상황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외환시장 불안심리제거,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 개선기조가 정착된다면 국가부도위기 탈출이 결코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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