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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첫 20대 소리꾼 독집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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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첫 20대 소리꾼 독집음반

입력
1997.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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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명창 유미리 ‘판소리 다섯바탕 눈대목’참 오랫만에 젊은 소리꾼의 판소리음반이 나왔다. 장차 큰 명창감으로 꼽히는 유미리(26·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씨가 판소리 다섯바탕의 눈대목(하이라이트)으로 서울음반에서 첫 독집음반을 냈다. 「춘향가」 중 「사랑가」,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적벽가」 중 「군사 탄식」, 「심청가」 중 「모녀 상봉」, 「수궁가」 중 「토끼와 자라의 만남」대목이 실려 있다. 판소리에서 이화중선, 김소희 등 대명창들이 20대 꽃다운 나이에 녹음을 남겼으나 그건 일제시대 일이고 해방 뒤로 20대 소리꾼의 독집음반은 이것이 처음이다.

유씨는 젊은 소리꾼 중에서 목이 가장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여자이지만 남자의 성음에 버금갈만큼 목에 엄청난 힘이 있고 꽉 찬 소리를 뽑아낸다. 한농선 오정숙 김일구 등 당대의 명창을 사사했으며 현재 스승은 명창 중에도 목소리 알차기로 으뜸인 조상현. 목 특성에 딱 맞는 스승을 만난 셈이다.

서울서 태어난 그는 국악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여섯살 때부터 판소리 가야금 한국무용을 배웠다. 재주가 있어 일찌감치 애기명창으로 이름을 날렸다. 국립국악고·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전주대사습 가야금병창 학생부 장원(85년), 동아국악콩쿠르 판소리 학생부 금상(88년)·일반부 대상(94년)을 받았다. 소리꾼으로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 같지만 중학교부터 대학 마칠 때까지 10년간 계속된 지독한 변성기로 무척 고생했다. 한때 소리를 포기할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그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소리를 새롭게 발견했다.

『고등학생 때 일이예요. 학교의 지하연습실에서 혼자 연습을 하는데 목이 안좋아 소리 내는 게 하도 힘들어서 배를 부여잡고 「아」도 해보고 「어」도 해보고, 한 네 시간 동안 안간힘을 쓰다가 문득 소리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더군요. 그 전까지는 내가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고 목만 좋아지면 만사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내가 소리를 하는 게 아니고 소리가 내게 주는 것이 있음을 깨달았지요. 소리에는 엄청난 우주가 품어져 있음을 알고 겸손을 배웠지요』

국립국악원 민속악연주단원인 유씨는 국악원 안에서도 가장 튀는 신세대다. 올 여름 국립국악원의 외국 연주여행 때 다이어트를 한다고 호텔 베란다에서 줄넘기를 하루 1,000번씩 해서 동료 선후배를 질리게 했다. 그런 극성은 출근 전 새벽마다 소리공부를 빠뜨리지 않는 성실함으로 이어진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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