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거래 마비사태 막자” 인식 작용/환리스크 방어장치 취약해 위험성도하루 환율변동폭 폐지가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안정과 불안, 두가지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 외환딜러나 당국자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불안론자들은 환율의 무한대 등락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아무리 달러수요가 공급을 초과해도 하루에 10% 이상 환율이 상승 또는 하락할 수 없다. 심각한 달러고갈로 가수요와 불안심리가 팽배한 현 외환시장 상황에서 그나마 상한선의 울타리까지 없어진다면 환율은 이제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극단적 상승도 가능하다. 한 외환딜러는 지난주 환율이 나흘째 상한가, 이틀째 거래중단 사태가 빚어지자 『상한선만 없다면 당장 달러당 3천원, 4천원에도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환율변동폭 폐지를 옹호하는 측은 가격움직임의 상·하한선이 없어지면 환리스크가 커져 위험한 가수요 거래는 없어질 것이고, 환율도 스스로 적정선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일종의 가격규제인 변동폭이 없어지면 환율이 고평가 혹은 저평가되는 일이 없이 수급상황만을 그대로 반영할 것이고, 시장참여자들도 환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 전망과 판단으로 거래해 환율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을 일정 범위내에서 묶어두는 것이 오히려 통화가치 폭락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택했던 멕시코나 태국 사례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최선의 외환위기 방지책은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찬반 양론에 불구, 정부가 16일부터 환율변동폭을 전격 폐지, 사실상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하기로 한 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성의 표시」라는 시각이 있다. IMF는 지난주 환율폭등으로 시장거래 마비사태가 빚어지자 변동폭 폐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긴급자금(SRF) 논의가 예상되는 16일(한국시각) IMF 긴급이사회를 앞두고 정부로선 어떤 형태로든 IMF에 시장안정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15일 상오까지만해도 외환당국은 『환율변동폭 폐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표면적으로는 적극성을 보이지않았었다.
하지만 환율변동제 폐지의 결정적 배경에는 어떻게든 시장거래 마비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상·하한선이 폐지되면 가격은 형성되기 때문에 시장거래가 중단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15일 환율이 가격제한폭까지 폭락하자 정부는 환율변동폭을 아예 없애는게 환율을 확실히 끌어내리는 방법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이제 아무런 가격규제없이 시장을 그대로 반영하게 됐다. 하지만 완전변동환율제는 채택국가가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 외환보유고가 확실한 국가들인 사실에서 볼 때 위험이 높은 제도다. 선물환시장 등 환리스크 방어(헤지)장치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환율변동폭 폐지가 시장안정을 가져올지, 불안을 증폭시킬지는 좀더 두고볼 문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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