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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정권의 말로/조명구 정치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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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정권의 말로/조명구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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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지원으로 요약되는 한국경제의 파탄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역사적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김영삼 대통령은 5년전 취임식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신한국 건설」을 외쳤다. 그의 당당했던 그 때의 모습과 국민들로부터 원망을 한 몸에 받고있는 지금의 나약한 실체를 보면서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한다.

그가 「구국의 결단」 「신사고」 등의 말을 하면서 3당합당에 참여한 뒤 「차기」를 염두에 두고 있을 때 일부에서는 그의 「대통령 불가론」을 제기했었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을 빌릴 수 없다」는 평소 그의 말에서 연상되듯 경륜은 있되, 국가지도자로서의 통찰력이 있는지 여부가 의문시되고, 언제나 당당하지만 때로는 오만과 독선으로 비쳐지는 행태, 그리고 오랜기간 야당투사로서의 정치역정이 한풀이로 작용하거나 그로 인해 국정운영이 파행으로 치닫을 가능성 등이 지적됐었다.

그같은 예상은 적중했다. 이른바 문민정권 5년은 무능력 무기력의 결정체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깊은 사려와 통찰없이 국정을 운영해오다 자신은 물론 나라마저 망가트린 「실패한 정권」으로 평가받게 됐다.

그렇다고 회한에 잠겨본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민정권이 「역사 바로세우기」를 내세우고 감옥에 보낸 두 전임대통령보다 더 나쁜 평가를 받아도 할말이 없게 됐다. 그가 재임중 거품같은 인기에 집착하지 않고, 귀에 거슬리는 고언을 귀담아 들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평가를 받았을까.

대통령은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는 막중한 자리다. 설령 퇴임하더라도 국정운영결과에 면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문민정권의 실패 이유는 한마디로 국정경험부재와 인사정책실패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취임초 여러차례 「헌정사이래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해왔다. 그러나 그는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도 겸손하지 못했다.

이제와서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나라를 망가뜨린 정권이나 그를 뽑았던 국민들이나 운명으로 돌릴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위기와 도약의 기로에 서있다. 이틀뒤면 좋든 싫든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또다시 선출하게된다. 이 시점에서 유념할 점은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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