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장” 혼신 다해세 후보는 모두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태세였다. 14일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두고 열린 마지막 제3차 TV합동토론회는 후보들의 전투적 자세로 인해 사회문화 분야라는 토론회 주제가 무색했다. 세 후보는 토론주제를 무시하고 아무때고 선제공격과 사후반격을 주고 받는 전방위 전략을 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두 차례의 토론회보다 한층 심해 토론회 자체가 이미 걸러진 모든 정치적 쟁점이 다시 총동원된 「종합판」이 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재협상논란, 말바꾸기, 병역기피 시비 등의 쟁점들이 빠짐없이 나왔고 한동안 잠복했던 김대중 국민회의후보의 비자금 의혹폭로 및 그 과정의 불법성 등이 다시 등장했다. 다만 세후보들은 정보통신 개방, 전자주민 카드, 실업문제, 환경문제 등에 대해선 정책적 접근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토론 초반부의 팽팽한 긴장감은 김대중 후보가 IMF 재협상 문제를 맨먼저 거론, 이회창 한나라당후보를 선제공격함으로써 열전으로 폭발했다. 김후보와 이후보는 서로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후보인지 알 수 없다』며 공방을 벌였고 이인제 국민신당후보는 『두 후보 모두 재협상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며 등거리 전략을 구사했다. 이날 김후보는 이회창 후보에 대해 여러차례 선제공격을 가하는등 지난번 보다 상당히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회창 후보는 안정적 이미지를 의식한 듯 반격수준을 적당한 선에서 조절하는 태도를 보였다.
후보간 질문으로 토론이 중반으로 접어들자 세후보들은 저마다 정치적 쟁점을 경쟁적으로 제시하면서 점입가경의 상대 흠집내기를 시도했다. 토론의 주제가 청소년문제로 주어졌음에도 이회창 후보는 『정계은퇴번복 등 김후보의 말바꾸기가 2세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고 물었고 김후보는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청소년 교육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격했다. 이인제 후보도 『차관이상 지도층의 자제들에 대해 병역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병역시비를 표적으로 삼았다. 토론 종반전엔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는 사표론을 놓고 비방에 가까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후보자격을 문제삼으며 『국민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고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 후보는 한때 같은 식구였기 때문에 충정을 갖고 말한 것』이라고 넘겼다.
토론말미 마무리연설에서 이회창 후보는 『두분 모두 선전을 하셨다』고 덕담을 했고 김후보도 『두분께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회창 후보는 사랑, 안정, 화합을 강조했고 이인제 후보는 젊음, 개혁을 내세웠으며 김후보는 경제·외교대통령을 내세우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호소, 「토론장정」의 대미를 장식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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