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과 핫라인 유지 거물/내일 「한국위기 백악관회의」 큰 영향줄듯「스티글리츠의 마음을 잡아라」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방한한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IBRD)수석부총재가 단순히 국제금융기구의 고위간부가 아니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직보를 할 수 있는 「핫라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16일(현지시간) 클린턴 대통령과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 테오 바이겔 독일 재무장관 등이 백악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의 한국경제 등 아시아지역의 위기를 협의, 공조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재경원과 금융계 관계자들은 15일 이한하는 스티글리츠 부총재가 16일 백악관회의에 앞서 클린턴 대통령 등 미국 정계·경제계 요로에 2박3일 동안의 한국체류기간에 파악한 한국의 현상황에 대해 설명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글리츠 부총재의 말 한마디가 서방의 태도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재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몇년전 미국과 일본이 「자동차대전」을 벌였을 때 일본을 방문해 현지 상황을 파악, 클린턴 대통령에게 직보를 했고 이 직보가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그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책임자였다.
이에 따라 재경원은 스티글리츠 부총재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창렬 경제부총리가 14일 스티글리츠 부총재를 만난 것을 비롯해 정덕구 제2차관보, 원봉희 대외경제국장 등 실무책임자들도 스티글리츠 부총재와 긴밀하게 접촉을 했다.
스티글리츠의 방한목적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본업은 지난 8일부터 시작한 한국정부와 IBRD간의 차관도입협상을 점검하고 마무리짓는 것이다. 13명으로 구성된 IBRD 협상팀은 현재 금융팀, 기업지배구조팀, 경쟁정책팀, 노동분야팀 등 4개 팀으로 나누어 재경원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부실채권정리 등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문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정사업과 연관해 자금을 지원하는 차관이란 특성 때문에 IBRD는 법률전문가들까지 동원, 구체적인 내용까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4개팀의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정부의 입장에서 대단히 껄끄러운 문제까지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경원은 스티글리츠 부총재의 방한을 계기로 협상이 급진전,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재경원은 IBRD가 1차지원금 규모를 당초 약속한 20억달러보다 증액하고, 지원시기도 26일이전으로 앞당겨 줄 것으로 스티글리츠 부총재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의 경제학교수 출신으로 경제석학으로 꼽히는 스티글리츠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백악관 「경제수석」을 역임하는 등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자문역이다. 그런 그가 미묘한 시기에 방한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최근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아시아국가들이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맞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 역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중·일 3개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들은 15일 콸라룸푸르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정상회담은 동병상련의 입장인 아시아국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자리인데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서방세계를 긴장시켰다. 클린턴 대통령과 캉드쉬 총재, 바이겔 독일재무장관 등이 16일 백악관에서 회의를 갖는 것도 이같은 아시아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적 성격도 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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