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따라 학생들 포기 속출/유학계획 취소·중도 귀국도 늘어80년대 후반부터 대학가를 휩쓸어온 해외열기가 IMF 한파의 내습으로 싸늘하게 식어들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일부 곱지않은 시선에 대해 『해외연수나 유학은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해외지향파들은 이제 폭등하는 환율에 입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예년같으면 방학을 앞둔 이맘때쯤의 대학가 화제는 온통 해외연수에 대한 것이었으나 요새는 불안한 앞날과 당장의 아르바이트 자리에 대한 걱정들로 바뀌었다. 단기 연수뿐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해온 유학마저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는가 하면 『모모 선배도 곧 공부를 중단하고 돌아온다더라』는 「흉흉한」 얘기들도 자주 화제에 오른다.
지난해부터 유학을 준비해온 김홍일(26·한양대 공대대학원졸)씨는 최근 계획수정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씨는 『미국 대학 2곳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았으나 2배이상 오른 유학비용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함께 공부하며 준비해왔던 친구들도 비슷한 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모 유학원 신모(43) 원장은 『최근들어 유학 계획을 취소하거나 유학을 갔다가 되돌아오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이때문에 서울시내 상당수의 유학원이 매물로 나온 형편』이라고 말했다.
세종대생 정모(21·여)씨는 『지난 1년 동안 이번 겨울방학 연수비용을 마련하기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며 『그러나 전국민적인 자숙분위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러면서도 『나중에 다시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고 못내 서운해했다.
(주)가교유학의 김혜영(32)씨는 『연수 기간을 단축하거나 보다 싼 곳으로 가려는 학생들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무기한 연기되거나 폐지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때 미국 유럽 중국 등지로 100여명의 학생들을 내보냈던 원광대의 경우 이번 겨울방학에는 뉴질랜드에 단 10명만 단기어학연수를 보내기로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해외의 자매결연 학교를 이용하면 부담이 적어 학교차원의 해외연수를 적극 실시해왔다』며 『그러나 최근의 경제환경이 워낙 심각해 계획을 크게 축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도 이번 방학에 학생회간부 등 20명을 대상으로 10여일간 실시하려던 유럽 역사문화탐방계획을 무기연기했고 호주 시드니대학에 40명을 보내기로 했던 어학연수는 학생들의 동의를 구해 백지화했다.
교수 등 교직원들의 해외연수도 대폭 줄었다. 건국대는 1월중 10년차이상 교직원 10여명을 동남아지역에 14박15일간 보내려던 계획을 취소했으며 대기업들도 교수들에 대한 해외연수기회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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