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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무풍지대/이진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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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무풍지대/이진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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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최덕근 영사가 피살됐던 96년 10월의 일이다. 사건현장을 찾았던 모스크바 특파원들은 최영사 아파트 주변의 열악한 환경에 깜짝 놀랐다. 오랜 전력난으로 해만 떨어지면 암흑천지로 변하고 북한인들마저 득실거리는 위험천만한 도시에서 북한문제 전문가가 왜 이런 곳에 살며 화를 자초했을까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했다.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최영사는 24시간 경비시스템이 작동하는 외국인 전용아파트에 살다 아파트측의 횡포에 일반 아파트(통칭 로컬 아파트)로 옮겼다. 그대로 눌러 살았다면 그토록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모스크바에서도 집을 구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게 가족의 안전이다. 그러다 보니 모스크바시 당국이 운영하는 외국인 아파트나 콘도형 외국인 아파트, 그리고 과거 공산당 간부가 모여 살았거나 현재 거물급 정치인이 살고 있어 그 어느 곳보다 경비가 삼엄한 크릴랏스코예, 필루기나, 체르무쉬키 지역 등이 대상이다. 그런 곳일수록 집값은 비싸다. 대체로 방 2개짜리(23평안팎)아파트가 월 2,700∼3,000달러다. 그런데도 하오 4시께면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로컬 아파트의 출입구 계단 엘리베이터 등을 생각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가파산」이라는 미증유의 어려움에 이곳 주재원들이 집값을 줄여나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K상사 지사장은 종전보다 좁은 3,500달러짜리 아파트로 옮겼다.

반면 경쟁사 주재원보다 비싼 집에 사는 차별화(?)로 교민사회에 위화감을 조성했던 일부 기업은 어려운 외화사정에도 불구하고 「집값거품」을 빼려는 노력이 부족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항상 업계 최고 대우를 주장하는 S기업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집값을 10% 삭감키로 내부방침을 정했는데 그래도 대부분의 주재원이 4,000달러 이상의 아파트에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기업이 해외주재원의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원화값이 1년전에 비해 절반으로 뚝 꺾인 요즘 과거와 같은 허세는 주재원들이 스스로 버려야 한다. 모스크바도 IMF 시대의 무풍지대는 아니다.<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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