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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느긋하다?/고바야시 하나코(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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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느긋하다?/고바야시 하나코(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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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사람들의 성격이 급하다고 한다. 나도 처음 한국에 왔을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며 아마도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운전습관이다. 마치 카레이싱을 하는 것 같다. 신호가 바뀌기 전부터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움직이고 차가 밀리면 끼어들기를 예사로 한다.

그리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내릴때 먼저 가려고 앞사람의 등을 밀거나 백화점의 계산대에서 줄을 무시하고 새치기를 하는 것도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다.

또 기분이 나쁘면 사람들이 구경하든 말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큰소리로 싸우는 것, 밥을 먹을때 맛을 느낄틈도 없이 급하게 삼켜 버리는 것 등도 「빨리 빨리」를 강조하는 한국인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됐을때에는 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솔직한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오히려 한국사람들이 느긋하다는 것을 알았다. 느긋하고 낙천적인 성격 때문에 계획을 세우거나 미리 미리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시간에 쫓기니까 행동이 갑자기 급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약속시간도 자주 늦고 부실공사도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뭐든지 빨리 빨리 하지 않으면 남보다 뒤처질 수 있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가 후다닥 해치워버리는 것은 결코 남을 앞서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의 장점으로 꼽히는 「정 많은 사람들」이란 신화도 허구를 지니고 있다. 한국사람들이 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뒤집어보면 지나치게 작은 범위에서만 그렇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그렇게 잘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배려하지 않고 적대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 일본인들이 오히려 숨은 정이 더 많은 것 같다.

며칠전 TV 뉴스에서 본 것이다. 부도가 난 일본 증권회사의 사장이 울면서 기자회견을 하며 고객들의 모든 피해를 보상해줄 것이니 안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이었다. 반면 한국의 금융기관은 부도가 나서 고객들이 몰려들어도 사장은 커녕 직원도 보이지 않고 경찰이 경비를 서는 바람에 오히려 살벌한 분위기만 만들었다.

지금 한국은 아주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이런때일수록 한국인의 장점인 정으로 서로를 생각해주고 도와주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는 무조건 빨리빨리하지만 말고 계획을 세워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하자.<소림화자·무용가·일본출신 귀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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